[단독] 韓銀 '마이너스 금리' 본격 검토..대선 앞둔 정치권 촉각

오수현,정의현 2016. 9. 28. 18: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기불황 해법 vs 대선용 포퓰리즘청년실업 등 깜깜한 한국경제 살릴 돌파구 급부상"日·유럽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부작용 커" 지적도

◆ 국정감사 ◆

한국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에 관한 연구 작업에 착수하면서 배경과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사상 최대 수준의 청년실업 등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향후 적극적인 역할로 경기 부양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대출에 이어 한은의 두 번째 '한국판 양적 완화'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한은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내부 검토 착수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긴박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 청년실업 대란, 가계부채 폭증의 부작용 등을 바로잡으려면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일단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나선 국책은행에 실탄을 지급하기 위해 조성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이 10조원 한도로 대출하기로 하는 등 한국 경제의 회복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과 위상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움직임이 활발한 점도 한은이 이번 연구 작업에 착수한 배경 중 하나다. 스웨덴, 영국, 일본,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한 양적 완화가 효과를 내지 못하자 마이너스 금리라는 사상 초유의 실험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단순히 마이너스 금리 도입 여부보다는 향후 금리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2014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흐름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올해 하반기 들어 국고채 금리는 우상향 추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한은의 이번 움직임으로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적잖을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학계에선 마이너스 금리 효과로 △실물경제에 대한 신용 공급 확대 △자산 가치 상승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대 등을 꼽는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현금통화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의 대출을 촉진해 소비와 투자 증대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에선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올해 1월 마이너스 금리에 나선 일본의 경우 지난 8월 지표 기준으로 살펴본 정책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기 힘든 수준이다. 엔화 환율은 지난 1월 달러당 121엔에서 102.96엔으로 떨어져 엔화 가치가 오히려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목표치(2%)에서 한참 먼 0.4%에 머물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대체적인 게 사실이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현재 플러스 기준금리 상황에서도 금리 인하에 따른 통화정책 효과가 제한적이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단점이 뚜렷하다"며 "마이너스 금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의 연장인데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설령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아주 단기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에 발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뜩이나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면 부동산 거품을 해소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은퇴한 연금생활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어 소비 위축으로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 마이너스 금리 :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서 맡긴 지급준비금 등 당좌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 것(마이너스 금리)을 말한다.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사라져 시중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나서고 투자·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오수현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