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信賞보다 必罰'..임원 5%이상 줄인다

서일범 기자 입력 2016. 9. 28. 17:59 수정 2016. 9. 2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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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사평가 돌입, 하반기 실적 하락 악재에, 조직문화 쇄신 등 맞물려, 대대적 물갈이 인사 전망, "앞으로 2달간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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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인사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임원 실적 평가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에 돌발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품질관리 실패에 따른 문책 △조직문화 쇄신 △지배구조 재편 등 과제가 산적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그룹은 당장 오는 10월 초부터 오너 주재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나 임원급 이상 회의를 연이어 개최해 인사와 조직개편 방향의 큰 줄기를 잡는다. ‘살생부’ 작성이 사실상 시작되는 셈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는 실적부진에서 지배구조 변화에 이르기까지 인사에 영향을 주는 굵직한 요인이 어느 해보다 많다”며 “임원들에게 해임통보가 전달되는 11월 말까지 두 달여 동안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극도의 긴장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인사의 제1키워드는 ‘신상필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대그룹의 한 인사 담당 임원은 “올해 대기업 인사는 ‘신상(信賞)’보다 ‘필벌(必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0대그룹은 연말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4.8%인 484명의 임원을 솎아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감원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CEO 등 고위임원에 대한 실적평가를 시작했다. 삼성은 통상 9월 추석 전후로 전무 이상 고위임원에 대한 평가를 시작해 10월 말 승진 대상자까지 평가를 마무리한다.

올해는 추석이 지난해보다 2주 이상 빨라 고위급 임원 평가를 최근 들어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가 어느 선까지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배터리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삼성SDI뿐 아니라 품질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낸 삼성전자 IM(IT·모바일)사업 부문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갤노트7의 품질관리 실패와 관련한 구체적인 인사 방향은 다음달 10일 열리는 삼성그룹 인적자원(HR) 컨퍼런스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신상필벌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영진단과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나빠진 전자계열사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낸 금융계열사 또한 연말인사에서 물갈이가 예상된다.

LG그룹 역시 다음달 계열사별로 올해 예상실적과 내년 사업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돌입한다. LG 계열사들은 11월 업적보고회에서 결산 및 사업전망 등을 밝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10월 중순부터 각사 임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LG전자의 경우 H&A와 HE 사업은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을 이끄는 주요 임원들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조직문화 쇄신이다.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외에 일하는 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체계로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이 나서 “이대로 가면 회사 전체가 돌연사할 수 있다”고 강조한 SK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SK는 다음달 12일 전(全) 계열사 핵심 임원들을 소집해 CEO 세미나를 개최한 뒤 본격적인 임원 평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CEO 세미나와 관련해 거의 매일 회의가 소집될 정도로 관련 임원들의 스트레스가 크다”며 “형식과 내용에서 최 회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세미나는 향후 투자 또는 인수합병(M&A) 계획 같은 구체적인 경영방침보다 문화혁신 같은 장기 과제에 초점을 맞춰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교체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기인사 대신 수시인사를 단행해온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이번 연말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일부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목표치로 813만대를 내세웠지만 달성이 어렵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 부문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분야 인력을 중용하는 기존 인사원칙과 함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조직을 강화하는 인사가 예상된다.

지난해 품질담당 신종운 부회장과 기아차 북미총괄인 안병모 부회장 등이 퇴진해 한때 14명이었던 부회장 수가 9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올해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현시점에서 인사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도 있다. 권오준 회장의 임기만료(내년 3월)를 앞둔 포스코와 신동빈 회장의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롯데그룹 등은 ‘불확실성’이 인사 키워드인 셈이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인사는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등 여러 문제가 겹쳐 어느 때보다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포스코의 경우 권 회장의 임기만료와 맞물려 있어 시점과 폭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사규상 현 회장은 임기(내년 3월 중순) 3개월 전에는 연임 도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인사를 정기주총이 열리는 3월에서 1월로 두 달 앞당겼는데, 이번에도 승진 인사의 경우 내년 1월 하순에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보직 인사는 차기 회장 선임 직후인 3월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권 회장 취임 때는 3월에 인사가 이뤄져 직전 회장과 차기 회장의 조율이 이뤄질 수 있었다. 포스코 측은 이에 대해 “회장의 연임 여부와 임원 인사를 과도하게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 역시 사장단인사 시기와 규모 등을 예측하기 어렵다. 당초 롯데 내부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연말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겨 조직을 추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롯데그룹은 “지금은 조기인사를 단행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이를 거듭 진화해왔다.

신 회장의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황각규·소진세 사장 등 차기 리더들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대신 일단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연말인사를 하더라도 ‘원포인트’ 인사 수준으로 최소화하거나 아예 내년 초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진그룹 역시 인사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채권단공동관리)을 거쳐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그룹의 품을 떠난데다 수장인 조양호 회장 역시 다음달 초 청문회에 설 가능성이 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임원인사가 1월에 단행된 만큼 올해 인사 또한 내년 1월 또는 그 후에 단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M&A로 몸집을 불려온 한화는 조직재편 작업이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CEO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형태로 조직을 재편해 회사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관리경영의 귀재로 잘 알려졌다. 한화는 12월 임원인사를 한 뒤 조직재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일범· 강도원·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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