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록 엔진오일이 증가한다고?..신형 싼타페·쏘렌토 미스테리

전성필 기자 2016. 9. 28. 1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양모(26)씨는 작년 12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더프라임’ 2016년형 모델을 샀다. 싼타페 차주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양씨는 최근 “주행거리가 늘수록 엔진오일이 오히려 늘어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글을 접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양씨는 자신의 차량도 정비소에 점검을 맡겼는데,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정비소 직원은 엔진오일 양을 점검하더니 “적정선 이상으로 오일이 넘쳤다”며 양씨에게 “엔진오일을 너무 많이 넣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당시 양씨의 차량 주행거리는 1만2000㎞. 엔진오일은 아마추어인 자신이 넣은 것도 아니었다. 주행거리 7000km 때 한 차례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을 교환했고, 이후 5000km 정도 더 주행한 상태였다. 정상적이라면 차량 속 엔진오일은 5000km 주행한 만큼 양이 줄었어야 했다. 정비소 직원은 흡입기로 엔진오일을 덜어내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엔진오일 양이 늘어난 것은 엔진으로 불순물이 들어온다는 뜻”이라며 “엔진오일이 흘러 다른 기계 장치에 들어가면 차량 고장을 유발하고,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싼타페’와 기아차의 ‘쏘렌토’ 차량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엔진오일 증가 현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차량 이용자들이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차량은 ‘올뉴쏘렌토 UM’, ‘싼타페 DM’, ‘싼타페 더프라임’ 등 유로6 디젤 엔진이 탑재된 2016년형 차량이 대부분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싼타페는 4만1178대, 쏘렌토는 4만3912대가 팔렸다.

네이버 싼타페 동호회 카페에는 ‘주행거리가 늘었는데 엔진오일 양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게시글이 9월 들어서만 하루 평균 5~6건씩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올뉴쏘렌토 패밀리 카페와 올뉴쏘렌토 UM클럽 카페 등에서는 수십건에 달하는 회원들의 엔진오일 증가 현상 사례를 모아 기아차에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올뉴 쏘렌토 패밀리 카페에서 이달 초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308명 중 254명이 ‘엔진오일양이 늘었다’고 답했다.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리콜센터에도 엔진오일 증가 현상에 대한 원인 조사를 요구하는 싼타페·쏘렌토 차주들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엔진오일은 엔진 속 피스톤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고, 연소 가스가 크랭크실 안으로 새는 것을 막거나 피스톤과 밸브를 냉각시키는 등 엔진 작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량 주행에도 엔진오일이 늘어나는 현상은 주로 냉각수가 들어오거나 엔진 작동 과정에서 부산물이 생겨 엔진오일과 섞일 때 일어날 수 있다.

한 자동차 정비사는 “엔진오일이 적정량을 넘어 엔진 연소실로 들어갈 경우 엔진 내에서 연소할 연료와 섞여 비정상적인 엔진 회전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다른 차량 부품으로도 흘러들어 부식을 일으키는 등 차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차량 제조사인 현대기아차도 이들 차량의 엔진오일 이상 증가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홍보팀 한 관계자는 엔진오일 증가 현상에 대해 “자세한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차량 엔진에는 문제가 없고 일부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프로그램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속 주행 중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을 경우, LNT(질소산화물 흡장촉매) 방식 디젤 엔진에서 질소산화물(NOx)이 완전히 연소하지 않아 불순물이 생길 수 있다”며 “질소산화물을 연소할 때 사용하는 연료 중 일부가 완전히 연소되지 않고 엔진오일에 섞여 엔진오일 양이 늘어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LNT는 질소산화물 후처리 기술로 필터에 쌓인 질소산화물을 연료로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로6 규제에 맞추기 위해 일체형 배출가스저감장치(DPF)와 LNT를 적용한 엔진을 문제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을 강하게 틀고서 시내 저속 주행을 한 일부 차량에서 디젤 엔진 내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 불완전연소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일부 운전자들의 저속 주행 등 여러 운전 방식을 프로그램에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어 소프트웨어 수정 등의 자세한 조처 내용이 결정되는대로 소비자에게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유로6 기준에 맞춘 신형 엔진의 DPF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같은 문제로 차량 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은 한 싼타페 차주는 “정비사로부터 ‘배출가스저감장치(DPF)가 작동하면 매연을 태우거나 배기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연료를 분사하는데, 이 연료가 엔진오일과 섞여 엔진오일 양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들도 “차량이 달릴수록 엔진오일이 늘어나는 것은 엔진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분순물이 엔진오일에 섞인다는 것 자체가 차량 설계, 특히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면 곧바로 판매가 정지되고 대량 리콜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자동차 성능 실험을 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가 이를 소홀히 한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