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된 며느리, 시아버지 부양책임 있을까

조혜정 변호사 입력 2016. 9.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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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이지혜 디자이너

Q) 혼자 살고 있는 73세 노인인데 살기가 막막해서 질문 드립니다. 제가 7~8년 전까지는 경비로 일해서 돈을 벌었고 돈을 못 벌게 되면서부터는 큰 아들이 조금씩 생활비를 대줘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 큰 아들이 사고로 죽고 난 후부터 생활비를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갖고 있던 얼마 안 되는 예금을 가지고 버텨왔는데 이제 그것도 거의 바닥이 나갑니다.

아들 둘이 더 있기는 하지만 둘 다 형편이 어려워 차마 손을 벌릴 수가 없네요. 큰 며느리가 가장 잘 사는 편이라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달라고 해보았지만, 큰 며느리는 여유가 없다면서 딱 잘라서 거절하더군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참 막막한데 누군가 큰 며느리한테 재판을 걸어 부양료를 청구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며느리도 자기 입장이 있겠지만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지금 며느리 재산은 큰 아들이 번 거고, 제가 어려운 중에서도 큰 아들 교육비만은 힘들게 대줬으니까 따지고 보면 그 재산은 제가 만들어준 셈입니다. 다른 두 아들들은 큰 아들만큼 못 해줘서 지금도 저를 원망하고 있고요. 큰 아들이 잘 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정말 씁쓸합니다.

A) 참 답답합니다. 큰 며느리가 스스로 선생님 생활비를 대준다면 좋을텐데 그게 안되나 보네요. 한 다리 건너가 천리라더니 이 경우를 두고 한 말이네요. 안타깝지만 큰 며느리한테 재판을 걸어도 생활비를 받을 수는 없답니다. 원래 우리 법에는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법적으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긴 하는데, 선생님 경우에는 적용이 안 되거든요.

우리 민법은 ①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②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간에는 법적인 부양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974조). 법적인 부양의무의 의미는 부양의무자가 자발적으로 부양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판으로 부양료 청구를 해서 부양료지급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선생님이 큰 며느리에게 생활비를 청구하려면 선생님과 큰 며느리 사이에 민법 제974조에 정한 관계 두 가지 중 하나가 성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선생님 큰 아들처럼 부부 중 한 쪽이 사망할 경우 부부간의 혼인관계는 바로 소멸하지만, 혼인으로 인해서 발생한 인척관계는 일단 그대로 유지되다가 살아있는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에 비로소 종료되게 됩니다. 즉, 큰 아들이 사망하여 큰 아들과 큰 며느리의 혼인관계는 끝났지만, 시아버지-며느리 관계(인척관계)는 큰 며느리가 재혼하기 전까지는 남아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선생님의 큰 며느리는 더 이상 큰 아들과의 배우자가 아니라서 ①번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은 아니고, 아직 큰 며느리가 재혼하지 않았으니까 ②번 친족관계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위 ②번 친족 간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해서 부양의무가 있으니까, 선생님이 큰 며느리와 같이 살고 있지 않는 현재로서는 큰 며느리에게 부양료청구를 할 수 없는 거지요.

두 아드님은 법적인 부양의무가 있으니 두 아드님께는 재판을 걸어 생활비를 받을 수 있긴 합니다. 만약 이것도 안 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희망적인 얘기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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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변호사 gr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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