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동물원'이 우후죽순 들어선 씁쓸한 이유

라이프팀 입력 2016. 9. 28. 12: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원 바로보기] 반쪽짜리 교감, 동물체험①
앞에 사람이 오자 먹이 구멍에 입을 대는 검은꼬리프레리독. (사진 최혁준)©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바야흐로 '동물체험' 대유행의 시대다. 전국의 동물원들은 물론 단발성 전시회를 넘어 이제는 지하철역, 백화점, 카페 등에서도 동물체험시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전국의 수많은 업체들의 할인 정보가 쏟아지고, 육아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체험시설을 방문한다. 행사장이나 유치원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아예 동물을 대여해주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오늘날 사람들은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자연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 직장과 학원으로만 도는 삶을 살다보니 어느덧 자연은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체험'해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그렇게 주말과 휴일을 쪼개며 짧은 시간이나마 자연을 만나러 다닌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가능한 한 그 체험이 좀 더 직접적이고 자극적이길 바란다. 나는 이것이 동물체험이 등장하고 성장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조금씩 있었다고는 하지만 체험시설이 오늘날과 같이 많아진 건 최근 5년여 기간 동안 이뤄진 일로서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역시 시작은 동물원이었다. 과거 국내 동물원들은 효과적인 전시방법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동물 복지의 수준도 낮았으며 관람객에 대한 교육을 고민하지 않았다.(물론 정도의 차이일 뿐 이것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렵게 시간을 내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은 단순한 우리에 덩그러니 놓인 무기력한 동물을 별다른 교육적 요소도 없이 그저 구경만 하고 돌아와야 했다.

붉은캥거루 먹이주기 체험 모습. (사진 최혁준) © News1

반면 위와 같은 따분한 관람에 비해 동물체험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무척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물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직접 먹여보고 만져보는 체험이 훨씬 활기 넘치고 신나는 일인 데다 강렬한 경험과 선명한 추억이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기호를 파악한 동물원은 그러한 기호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최근 10여 년 동안 국내 주요 동물원들의 변화 과정을 종합해보면 기존의 열악한 사육환경과 따분한 전시환경은 그대로 둔 채 적은 비용 대비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이 보장되는 동물체험의 활성화에 주력한 경향이 뚜렷하다. 여기에 방송을 통한 잦은 노출까지 더해지며 동물원에서의 동물체험은 어느덧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체험관에서 '파충류 만져보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 (사진 최혁준)© News1

그렇게 동물원 안에서 퍼져가던 동물체험은 어느 순간 동물원을 벗어났다. 체험위주의 전시를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교외에 위치한 동물원들에 비해 체험관들은 접근성 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사육하는데 부담이 적고 허가가 쉽게 나는 소동물 위주로 사육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의 공간에서도 운영할 수 있었다. 이용료가 싸지는 않았으나 동물원에 비해 관람객이 직접 해볼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을 만족시켰다.

이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관련한 규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 시장이 커지는 것에는 전혀 부담이 없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영세업체가 운영하는 소규모 체험시설들은 지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동물원이 아니다보니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집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람이 앞에 오자 먹이 구멍에 코를 대는 점박이하이에나. (사진 최혁준) © News1

이러한 배경 아래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원과 수족관, 그리고 체험관에서는 뱀이나 토끼 등의 각종 소동물부터 호랑이나 곰 같은 대동물, 양과 염소 같은 가축, 심지어는 오랑우탄이나 큰돌고래처럼 비인간인격체로 거론되는 동물들까지 거의 모든 동물을 사육·전시·체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시를 관람할 때 관람객은 비교적 차분한 정서 상태에 있다 보니 우리 안 동물의 삶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생기고, 그들에게 공감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동물체험에서는 문제점을 느끼기가 어렵다.

동물체험을 할 때는 활력적이고 조금은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 새롭고 강렬한 자극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이때는 자연히 나 개인의 감정과 경험에 집중하게 되는데 대개는 즐겁고 흥분되는 긍정적 정서 경험을 하게 되므로 체험은 그렇게 한 사람의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우리는 긍정적 정서 경험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그대로 옳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나 자신에게 옳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분명 옳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에게 옳은 것들이 남에게도 옳은 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에게는 옳을 수 있지만 남을 고려하면 옳지 않은 것'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다음 편에선 '남'에 해당하는 존재, 동물체험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정작 단 한 번도 고려되지 않은 '동물'의 측면에서 문제를 살펴보겠다.

'반쪽짜리 교감, 동물체험' 2편은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