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중년' 급증..40·50 1인 가구 증가율, 전체 평균 웃돌아

2016. 9. 28. 11: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드러난 40~50대 1인 가구 증가세, 다른 연령층 압도

가구 구성의 변화 추이(1980~2015), 자료: 통계청

10년이면 강산도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사회경제적 환경도 빠르게 변한다. 그 변화의 결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바로 인구구조와 가구형태의 변화인데,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의 변화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1980년에는 ‘5인 이상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가장 일반적인 가구유형이었다. 한 집에 3대가 거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노부모까지 모시는 가장의 삶이 대한민국의 전형이었다.

그로부터 35여년이 지난 지금, 이런 가구유형과 가족형태는 ‘희귀종’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7%를 차지한 반면에 5인 이상 가구는 6%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 35년 동안 전체 가구수는 인구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1인 또는 2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가구가 급속하게 늘어난 탓이다.

40~50대가 전체 1인가구 증가 주도해

전문가들은 경제력이 취약한 계층일수록 가족단위가 해체되고 홀로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추정해 왔다. 소득분포로 보면 빈곤층, 연령대로는 노년층이 1인 가구 증가를 주도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혼 증가와 초혼연령의 상승 등으로 ‘독신청년’이 늘어난 것도 1인 가구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2000년대 한국의 1인 가구 증가는 이상과 같은 일반 통념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인가구의 연령대별 비중(표)
1인가구의 연령대별 비중(그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이 지난 10년 동안 인구주택총조사의 연령대별 가구구성 추이를 분석해보니, 1인 가구의 빠른 증가를 이끄는 연령대가 노년층이나 청년층이 아닌 40~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317만1천이던 전체 1인 가구수는 2015년 52040~5-만3천으로 64.1% 증가한 반면, 50대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36만6천에서 87만8천으로 늘어 전체 평균의 2배를 훌쩍 넘는 139.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40대 1인 가구 증가율도 79.2%(47만4천→84만9천)로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비해 20대(30.7%)와 30대(51.5%), 60대(55.4%)의 1인 가구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따라 전체 1인 가구에서 40~50대의 비중이 2005년 26.5%에서 2010년 29.1%로 커졌다가 2015년 조사에서는 33%까지 치솟았다. 가구원 수가 1명인 집의 셋 가운데 하나는 40~50대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20~30대와 60대 이상이 전체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되레 줄었다.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따라서 소득?소비 능력도 가장 높은 중년층의 1인 가구 증가세가 가장 빠른 것이다.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가장 크게 흔들리는 40~50대

연령대별 인구 규모와 가족형태에 비춰봐서도 40~50대의 1인 가구 통계는 기형적이다. 2015년 현재 총인구를 5살 간격으로 나눠 각 연령 구간별 인구 중에서 1인 가구의 비율을 계산해보면 전체 평균이 10.5%로 나온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어야 할 40~50대까지 1인 가구 비율이 9.9%~11.6%에 이른다. 2000년 이후 연령대별 1인 가구의 비율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40~50대의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2015년 현재 35~39살의 경우 해당 연령집단 안에서 1인 가구 비중이 11.1%다. 이들이 25~29살이던 2005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11.2%, 30~34살 때인 2010년에는 11.5%였다. 이 연령층에서는 나이 들어도 1인 가구 비율에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요컨대 현재 나이 30대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10% 남짓은 ‘홀로 사는 삶’이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현재 45~49살의 경우 가족단위에서 이탈하는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30~34살이던 2000년에는 같은 연령집단 내 1인 가구 비율이 5.7%, 35~39살이던 2005년 6.5%, 40~44살이던 2010년에는 7.6%, 2015년 현재 9.9%로 높아졌다. 50~54살인 집단 역시 2000년(당시 35~39살) 4.3%에 머물던 1인 가구 비율이 2005년(40~44살) 5.7%, 2010년(45~49살) 7.7%, 2015년에는 10.4%로 두 자릿수대에 진입했다. 현재 30대인 계층에서는 성년이 된 다음부터 1인 가구유형이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는 반면, 40~50대는 자신의 삶과 가정 및 직장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휩쓸리면서 자의든 타의든 ‘혼자의 삶’에 빠져드는 인구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0~50대 1인가구 증가를 고려한 제도와 정책 변화 필요

우리 사회와 경제의 허리 구실을 해야 할 40~50대의 가구구성이 점차 파편화되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혼자서 주거 및 생계를 이어가는 ‘고독한 중년’의 증가는 인구구조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장잠재력, 복지 수요, 주거 형태 등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도 원인 분석에 나섰다. 인구주택총조사를 담당하는 통계청 관계자는 “40, 50대 1인 가구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와 그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일단은 이혼율 증가, 만혼·비혼 증가, 세종시나 지역 혁신도시로의 직장 이전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혼율이나 직장 이전 요인 등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관련 설문 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40~50대 1인 가구 증가의 주요 원인은, 혼인상태별 1인 가구에 대한 통계를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다. 1인 가구 중 20~30대는 ‘미혼’이 90%(2010년 기준)이며, 60대 이상에서는 ‘사별’(79%)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40~50대 1인 가구에서는 ‘이혼’(32%)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미혼(29%), 배우자 있음(26%)이 그 뒤를 이었다. 2015년 통계청의 이혼건수 통계에서도 이혼이 40~50대 1인 가구 증가의 주요인일 것으로 추정할 만한 근거가 확인된다. 남성 기준으로 20~30대의 이혼 건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에, 40~50대 이혼은 줄지 않고 있다. 40~50대 1인 가구의 혼인상태별 구성에서 ‘미혼’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도 특이한 변화이다. 1인 가구의 40~50대 가운데 미혼자 비중은 2000년 19%에서 2010년 29%로, 10년 사이에 10%포인트나 증가했다.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아예 독신으로 살겠다는 중년들이 많아져 1인 가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연령?혼인상태별 현황
이혼건수 추이(2000~2015년)

인구구조나 가구형태의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오랫동안 작용한 결과이다. 원인 파악이 되더라도 단기에 그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1인 가구의 경우 성·지역·소득·연령대별로 세분화해 제도와 정책을 각 집단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각종 사회경제 정책은 혼인상태에 있는 2인 이상 가구를 표준 대상으로 삼아왔다. 각종 복지정책에서부터 공공주택 우선 공급, 연말정산 세금 환급, 건강보험 제도 등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이제는 1인 가구가 중년층에까지 표준적 가구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혼자 사는 40~50대는 다인가구의 중년보다 심리적 안정성이 훨씬 떨어진다. 자살 생각을 3~4배가량 더 많이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소득·고용·주거 불안 등 사회경제적 어려움 또한 청년이나 노인 1인 가구 못지않게 심할 수 있다. 40~50대 1인 가구의 급증은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위험신호이다.

이민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 선임연구원 alsdud84@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안종범이 미르·K 모금 전경련에 지시”…대기업 간부 녹취록 공개
CF감독에서 1급 공무원으로…미르재단 ‘실세’ 차은택
[단독] 법무부, 이석수와 손발 맞춘 특감실 직원들도 솎아냈다
[김영란법 시대] 소풍 때 선생님 도시락도 안돼요
이정현 “대통령을 고꾸라지게 하겠다면 사람 잘못 봤다”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오늘의 사설·칼럼][한겨레 그림판][스페셜 콘텐츠]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