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day.. 무분별한 '란파라치' 무고죄로 엄벌

손기은 기자 2016. 9. 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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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지수사 최소화

실명 서면신고만 받고

익명 제보는 수사안해

대기업에서 대관(對官) 업무를 하는 A 부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한 대검찰청의 브리핑을 듣고 다소 안도했다.

윤웅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이 27일 “신고가 들어와야 사건을 수사할 것이며, 다른 범죄 혐의 없이 김영란법 위반 행위를 밝히기 위해 먼저 수사권을 발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A 부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관 업무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공무원 등이 그의 주 ‘취재원’인데, 이들이 대관 담당자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릴 게 자명하다는 점에서다. A 부장은 법 시행을 계기로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검찰과 경찰이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공직자 등을 타깃으로 인지수사를 벌여 김영란법으로 먼저 입건한 후 더 큰 범죄 혐의를 엮는 ‘별건 수사’가 빈번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하는 B 차장 역시 28일 윤 검사장의 발언이 소개된 기사를 밑줄 쳐가며 읽었다. 그는 대검이 밝힌 ‘서면 신고만 받고, 익명 제보는 받지 않는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B 차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이날 이후 이 법을 오롯이 지킬 자신이 없었다. ‘을’의 입장에서 술자리를 갖는 그가 ‘갑’에게 매번 3만 원을 초과하는 술값에 대해 “더치페이를 하자”고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각종 편법을 동원해 3만 원을 초과해도 자신이 모두 계산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B 차장 역시 “국민 대다수가 법 적용 대상이라는데, 서로서로 감시하며 동네 식당에 경찰이 출동해 김영란법 위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그런 상황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술집 옆자리에 앉은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나 회사 내부 홍보 업무 경쟁자가 신고해 일행이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악몽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용돈 벌이를 위해 란파라치를 하려 한 대학 휴학생 C(25) 씨도 윤 검사장의 발언 때문에 불안감이 커졌다. 윤 검사장은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신고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고죄로 처벌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C 씨는 당초 일단 신고부터 최대한 많이 한 후, ‘신고 내용이 인정되면 포상금을 타서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역·역삼역 고급 식당가에서 란파라치 일을 같이하기로 한 친구들과 긴급 대책 모임을 하기로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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