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정형돈이 [무한도전]에서 퇴사했다

아이즈 ize 글 강명석 2016. 9. 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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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강명석

노홍철과 길이 방송에 복귀했을 때, MBC [무한도전] 복귀를 요구하는 여론이나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최근 방송에 복귀한 정형돈은 [무한도전]에 돌아오지 않아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인터넷의 악플만이 아니다. “‘꿈부자’ 정형돈의 복귀, 대중은 왜 싸늘한가”([일간스포츠])라는 기사에서는 “물론 누구도 정형돈에게 ‘무한도전’ 출연을 강요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던 그의 말과 조금 다른 행보”고,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홍철과 길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했다. 반면 정형돈은 불안장애로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 속에서 활동을 중단했다. 세 사람 중 정형돈이 가장 돌아올 명분도 있고, [무한도전]에도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요한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은 기다림과 설득이다. ‘의리’나 ‘배신’ 같은 단어로 정형돈을 비난하고 싶다면, 노홍철과 길의 복귀에 대해서는 왜 잠잠했는가. ‘그 녀석’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일관성은 지켜야 한다. 필요하지 않으면 어떤 동정과 옹호도 하지 않는다. 반면 필요한데 오지 않으면 인성까지 거론하며 비난한다. 시청자가 노홍철과 길을 원하지 않을 수 있듯, 정형돈이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역시 당연하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형돈의 마지막 [무한도전] 출연이 된 ‘무한상사’에서, 무한상사의 권지용 전무(지드래곤)는 그의 죄를 다른 직원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 회사를 위해서라는 이유다. 하지만 무한상사 직원들은 그, 또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대신 스스로의 판단에 비춰 가치 있는 행동을 한다. 회사의 소모품으로 살지 말고, 회사가 보다 인간적인 곳이어야 한다는 희망을 가질 것.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무한상사’ 프로젝트의 메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떤 사람들은 정형돈이 직장에 돌아가지 않자 그를 ‘나쁜 사람’이라 단정한다. 일부 언론은 그것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기사화한다. ‘무한상사’를 보며 갑의 횡포에 분노한 이들이 정형돈에게 이런 입장인 것이라면 재미없는 블랙코미디다. [무한도전]을 보지 않는데도 정형돈에게 화가 난다면, 본인이 출연자보다는 방송사, 직원보다는 회사, 을보다는 갑에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입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무한도전]은 정형돈의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형돈 역시 하하와 실제로 어색한 사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웃기지 못한다는 놀림을 받아가며 [무한도전]의 코미디를 만들어내고, 조정에 도전했을 때는 “내가 봤어”를 외치며 [무한도전]의 잊을 수 없는 한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불안장애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10년을 문자 그대로 몸과 영혼을 바치며 일했고, 그 사이 마음의 병을 얻었다. 그래서 그만둔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은 “앞으로 살고 싶은 대로 사세요”지 “몸 나으면 다시 일해”는 아닐 것이다. 언제든지 [무한도전] 외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제3자일 뿐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형돈은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과 래퍼 활동으로 복귀했다. 둘 다 동료이자 친구이며 형인 데프콘과 함께하는 것이다. 영화 작가를 하는 것은 [무한도전]에서 말하기도 했던 작가의 꿈을 실현시킨 것일 수도 있다. 불안장애에서 회복한 뒤 가까운 사람과, 또는 꿈꿔오던 일을 하며 현장에 복귀했다. 이 선택에서 비난받을 여지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 문제가 있는 쪽은 타인의 삶과 고통에 대해 어떤 연민도 없는 이들이다.

정말 [무한도전]에 필요한 것은 정형돈의 복귀보다 유재석의 근무 환경 개선일지도 모른다. 그는 ‘무한상사’ 촬영을 위해 하루 종일 전력으로 달렸다. 보이 그룹 EXO와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한 달 이상 연습에 매달렸다. 촬영 당일에는 MC 역할을 하며 EXO와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모두 조율했고, EXO와의 공연 당일에는 사실상 혼자 방송을 끌어갔다. 영화 [아수라]의 배우들이 출연했을 때도 그는 [무한도전]의 대표 격으로 나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유명 웹툰 작가부터 [아수라]의 출연진들까지, 지난 몇 달간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가요제’를 연상시키는 대형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했다. 앞으로는 우주여행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그러나 결국 프로그램의 일정 분량은 출연자들이 모여 과거 버라이어티 스타일의 게임과 토크를 하는 것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 상황을 정리하며 웃음을 끌어내는 것은 유재석이다. 게다가 그는 ‘유재석’이기 때문에 ‘무한상사’의 주인공이 돼야 하고, 웹툰을 그릴 때는 열심히 해서 프로젝트가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혹사라는 개념이 있다면, 지금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뜻할 것이다.

이것이 정형돈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한 직원의 고통을 다른 직원이 나눠 지라는 것밖에는 안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제작진에게 유재석 없이 에피소드를 만들어보라고 요구하는 것이 인간적이기라도 할 것이다. 아니면 10년 동안 달린 출연진과 연출자 김태호 PD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MBC에 [무한도전] 시즌제를 요구하는 편이 낫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형돈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보다는 생산적일 것이다. 아니면 가만히 있기라도 하는 것이 낫다. 10년 이상 일하다 불안장애를 겪고 돌아온 사람에게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욕하다니. 여론이라는 단어가 그런 때 쓰라고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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