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유커 몰려오는 국경절 연휴.. 서울의 '관광 지도'가 달라진다

김충령 기자 입력 2016. 9. 28. 03:08 수정 2016. 9. 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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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유커, 1주일간 6000억 쓰고 갈것" 백화점, 중국인 선호 매장 확장 명동엔 유커 전용식당 늘고 교통체증 대비해 경찰 대거 투입 - 백화점·면세점·호텔 특별 마케팅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연계해 中 선호 브랜드 50%이상 할인 - 유커, 5년새 4배 넘게 급증 1인당 평균 소비액 2319달러.. 통역 보강·세금환급 등 간소화

주말부터 경남 거제시 인구에 맞먹는 25만명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몰려온다.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 연휴(1~7일)에 맞춰서다. 2011년만 해도 6만여명 수준이던 '국경절 유커'들은 5년 사이 4배 넘게 급증했다. 관광공사 등 관련 업계는 "작년 국경절 때보다 4만여명 더 많은 25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아 6000억원이 넘는 돈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경절을 비롯해 춘제(春節·설), 노동절(5월 1일), 중추절(추석) 등 중국 명절과 휴일에 대거 한국을 찾는 유커들이 우리 사회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연휴 기간에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고객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유커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매장을 확장했고, 유커가 선호하는 색상과 디자인 제품을 전면 배치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커 1인당 평균 소비액(1회 방문 기준)은 2319달러(약 254만원·항공료 제외)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가운데 가장 씀씀이가 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국경절 연휴에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과 관광지 주변에는 300여명의 교통경찰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관광버스로 인한 '유커발(發)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서다. 항공편 예약도 쉽지 않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모든 한국행(行) 항공편 좌석이 예약률 100%를 넘겼다. 나머지 한·중 항공 노선의 연휴 기간 예약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국경절 기간 동안 중국 전역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유커는 사상 최대인 560여만명으로 전망된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싸구려 단체 관광을 줄이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체험을 하도록 관광 상품의 고급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들어와 구경하세요(里边看看).'

27일 오후 서울 명동 일대의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매장 곳곳에선 오는 1일 국경절 연휴에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하는 입간판이 줄줄이 보였다. 화장품 매장 앞에서 호객하는 직원들은 "지금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많지만 주말부터는 말 그대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유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소공동 영플라자 하늘정원에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 모양을 딴 8m 높이의 전시 시설을 설치한다. 신세계면세점에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 가수 지드래곤의 초대형 사진을 백화점 전면에 내걸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설이나 추석 등 양국의 명절이 겹치는 때는 이곳이 상하이 어디쯤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중국인 고객이 많다"며 "유커의 인기를 얻은 가방이나 선글라스, 패션 의류 등이 나중에 내국인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 매출이 급상승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주요 비즈니스호텔은 유커 영향으로 오는 국경절 기간 객실 점유율이 평소보다 20%포인트 높은 90%까지 뛰자 반색했다.

◇유커發 인기상품, 내국인 매출 증대로 연결

명동 화장품 매장들은 국경절 연휴 동안 일할 중국어 능통자 아르바이트생 모집에 바빴다. 화장품 판매점인 아리따움 명동점은 매장 2층에 유커 전용 라운지를 만들었다. 고가 화장품을 한 번에 수십만원어치씩 쓸어가는 이들을 모시기 위한 특별 장소이다. 이곳에는 세금 환급기 2대를 설치해 1층에서 화장품을 구입한 고객이 현금으로 세금을 환급받도록 했다. 공항 영접과 여행 가이드, 통역사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경절 유커는 29일 개막하는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핵심 타깃 중 하나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핸드백을 50% 이상 할인 판매한다"고 말했다. 현대·신세계백화점도 60~70%대 할인율을 내세웠다. 최근 개장한 신세계면세점은 K팝에 관심이 많은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22일 아이돌 공연 전용관인 '소년 24'를 개장했다.

중국 현지 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한 '왕훙(網紅) 마케팅'도 한창이다. 왕훙은 중국에서 팔로어가 최소 50만명 이상인 인터넷 인기인을 뜻하는 말.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숨'은 지난 21일 서울 도산공원 인근 한류 VR(가상 현실) 스튜디오에 왕훙 9명을 초청해 뷰티 쇼를 진행했다.

◇"유커 재방문 높일 마스터플랜 나와야"

명동 인근의 음식점 상당수는 최근 유커 전용 식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업주 김모(47)씨는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는 직장인이 늘면서 매출이 떨어져 아예 삼계탕이나 돌솥비빔밥, 부대찌개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단체 메뉴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유커를 상대로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중소 규모의 사후면세점도 늘고 있다. 매장이 학교 주변이나 주택가까지 파고들면서 도로를 점거한 관광버스의 소음과 매연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관광객의 규모를 더 키우는 것과 함께 한 번 찾은 이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재방문율을 높이는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섬세한 관광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쇼핑과 문화 행사 등을 연계한 한류 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숙 강릉원주대 교수는 "중국인 관광객에 편중된 천수답(天水畓) 형태의 구조를 벗어나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 등으로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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