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핵무장論 인기 높지만 공허하다
황호택 논설주간 |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려면 미국이 ‘핵 없는 세상’ 정책을 바꿔야만 한다. 존 울프스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선임국장은 ‘제4차 한미 대화’ 세미나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는 물론이고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해서도 “대북 억지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핵탄두 기폭장치 개발에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다른 난관도 첩첩산중이다.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경우 미국법과 국제법규에 따라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에 원자력발전소 연료와 부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로 25기가 모두 운행을 정지하면 전력 소비의 3분의 1을 줄여야 한다. 산업용 상업용 공공용 전력 수요가 84%나 되는 한국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국제 제재로 수출도 직격탄을 맞아 경제가 거덜이 날 수도 있다.
핵무기의 결정적 약점은 자위권 차원의 선제적 사용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선제 불사용’ 선언을 검토하다 포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핵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닫지 않았을 뿐 북한과 같이 미치광이 국가가 아닌 한 핵은 응징 보복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무기다.
기존의 핵보유국들 간에는 공포의 균형에 의한 상호 억지 작용이 있다. 어느 한쪽이 핵을 쏘면 양쪽 다 죽는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공포의 균형이 통하지 않는다. 북한은 스스로 붕괴 위험에 처한 나라다. 그나마 생존할 길은 국가 위기 시 핵으로 외국군의 개입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이 먼저 핵공격을 하더라도 핵 응징보복 능력이 있는 미국과 함께 한국이 전면적인 반격에 나서면 북한은 몇 주일 이상 버티기 어렵다. 우리도 치명적 손실을 입겠지만 북한은 마지막 발악을 하고 망하는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27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총동창회 강연에서 “김정은은 북한에 대규모 인민 봉기가 일어나고 외국군의 개입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핵을 사용해 정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핵 버튼을 누르려고 할 것”이라며 “우리가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김정은에게 억지력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 파탄에다 한미동맹 훼손을 감당하면서까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할 만큼 미국의 핵우산은 못 미더운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당했는데도 미국이 응징 보복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유럽 일본 호주 등과 맺은 동맹도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술핵은 미국이 OK를 해도 지상에 배치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동해의 깊은 바닷속에 핵잠수함을 배치하는 것은 가능하다.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이 원산 앞바다에서 교대로 잠복근무를 하면 북한의 기술로는 위치 파악도 어렵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충분히 한국을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지만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돈줄을 틀어막는 이란식 제재를 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에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실시하면 김정은 정권은 견디기 어렵다. 이란은 석유 수출이 막혀 환율이 세 배로 뛰고 경제가 마비 상태에 이르자 손을 들었다. 북의 핵시설 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과 강력한 경제 제재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조이다 보면 3대 세습 정권의 종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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