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가습기 살균제' 치약, 무해하면 끝인가

정종훈 2016. 9. 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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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이걸로 양치했는데 불안합니다.” “양치하고 대충 헹궈서 치약을 자주 삼키는 버릇이 있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27일 네티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일부다. 전날 저녁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아모레퍼시픽에서 제조한 11종의 치약에 함유된 사실이 알려졌다. 유독성의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이 입으로 들어가는 치약에서 최대 0.0044ppm 검출됐다는 소식에 시민의 불안감은 높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제품 사진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수많은 소비자가 ‘가습기 살균제’ 치약을 계속 썼을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챈 건 감독권을 가진 정부부처(식약처)도, 치약을 제조한 업체도 아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조사하다 화학 원료업체인 미원상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CMIT·MIT가 들어간 보존제를 치약 제조업체에 납품한 사실을 알아챘다. 현행법상 치약 보존제로 CMIT·MIT를 쓰는 것은 원천 금지돼 있다.

의원실이 미원상사에 문의했더니 문제가 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4년 이상 원료를 납품받은 아모레퍼시픽도 CMIT·MIT가 들어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치약 제조 과정을 수시로 감독·관리해야 할 식약처도 마찬가지였다. 업체도, 식약처도 의원실에서 위반 사실을 통보한 뒤에야 부랴부랴 회수 조치에 나섰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기업·정부가 방심하는 새 11종의 치약이 얼마나 시중에 유통됐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코리아나화장품 등 다른 업체에도 문제의 원료가 납품된 것으로 확인돼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식약처는 그러나 ‘무해함’만 강조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에선 치약 보존제로 CMIT·MIT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유럽도 15ppm까지 허용한다. 우리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스스로 사용을 금지한 화학물질을 두고 ‘소량이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 정부의 유해물질 관리에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전 국민에게 일상적인 환경 노이로제를 안겨주고 있다. 식약처는 ‘건강에는 괜찮다’는 말만 늘어놓는 대신 지금이라도 CMIT·MIT가 다른 치약에도 사용됐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소량이라고, 무해하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국민의 불안감이 너무 크다.

정 종 훈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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