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싼타페 리콜 왜 꺼리나

류형열 선임기자 2016. 9. 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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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은폐 적발돼도 과징금 1억원뿐…리콜은 절차·수천억 비용 부담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는 싼타페(DM)에서 승객감지시스템 사양설정 오류로 조수석 에어백이 미전개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출고 초기여서 대상대수는 겨우 66대. 전체 조치비용도 72만6000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리콜을 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설명은 이렇다. “고객에게 인도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상대수 2360대 중 2294대는 고객 출고 전 조치를 완료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66대가 결함 수정 없이 그대로 고객에게 인도된 것이다. 62대는 고객들을 직접 방문해 결함을 수정했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은 4대는 끝내 결함을 바로잡지 못했다.

리콜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인도 전에 결함을 수정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결함 수정을 완료하지 못하고 출고가 됐다면 바로 리콜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가 연락이 닿지 않은 고객 4명의 차를 끝내 수리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그 때문에라도 리콜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자동차 등록 원본을 갖고 있어 구매자의 주소 같은 정보가 바뀌더라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자동차 리콜은 운전자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다. 자동차 제작자는 안전 관련 제작결함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 차주에게도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신문 공고도 내야 하고, 분기별 진행도 보고해야 한다. 소비자한테 이 차이는 크다. 리콜을 하면 내가 타고 있는 차가 무슨 결함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리콜을 하지 않으면 차에 결함이 있어도 아는 사람만 안다. 비용 차이도 크다. 리콜을 하게 되면 차주들이 자기 돈을 들여 수리한 것도 보상해 줘야 한다. 리콜에 1000억원이 들어가면 서비스 캠페인은 10분의 1도 안 들어간다. 담당 중역들로서는 실적에 마이너스가 되는 리콜을 꺼릴 수밖에 없다.

‘종이칼을 휘두르는’ 법이 초래한 측면도 크다.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수십~수백억원은 기본, 많으면 수천억원까지 드는 리콜 비용을 감안하면 과징금이 터무니없이 적다. 미국은 15년 징역 또는 최대 1억500만달러(약 1159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리콜 관련 법과 제도가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 중심이어서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 같은, 소비자 중심 전담 기관의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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