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정세균 녹취록, 중립성 증명 결정타인가 아닌가

김종훈 2016. 9. 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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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따라 해석 달라져..과거 행적보면 위반 vs 해임안에 영향 안 미쳐

김재수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 전선이 국회의장의 '권한 남용' 여부에서 '중립 위반' 여부로 바뀌었다.

발단은 새누리당이 26일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녹취록이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 통과를 규탄하는 심야 의원총회 도중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부수석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24일 새벽 건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 정 의장이 누군가와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화자는 정 의장이었고 청자는 야당 의원이다.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그래서 그냥 맨입으로…그래서 그냥은 안되는 거지."

새누리당은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편파적으로 야당 편을 들었다며 형사고발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세균은 더민주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는 정 의장의 탈당 전 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이승환 기자]
반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협상 중재를 위해 한 발언이고 어느 편을 들 생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에서 해임건의안 철회 주장에 대한 반대급부로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건을 받아 줄 수도 있지 않냐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두 입장 다 원론적으로는 일리가 있지만 발언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정황'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과 교수는 "정 의장 발언의 취지에 따라 정치 중립 위반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며 "정 의장 의중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협상 중재용 발언이었는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이제껏 몇몇 사례에서 정 의장이 다소 편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녹취록 상의 발언만 따로 보기는 힘들다"며 "몇 가지를 고려해보건데 중재를 위해서였다는 정 의장의 말은 약간 궁색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번째로 과거 국회 개회사 때에도 정 의장은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20대 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과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언급했다. 우 수석과 관련해서는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을, 사드와 관련해서는 소통의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때도 정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신 교수는 또 "개헌특위를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으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무산시키겠다는 게 새누리당 주장"이었다며 "만약 중재하려 했다면 세월호, 어버이 연합뿐만 아니라 개헌특위 이야기도 같이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새누리당이 (정 의장이 추진 중인) 개헌특위를 해주겠다면서 해임건의안을 취소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당시 이미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정황'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정 의장 발언으로 달라질 게 없었기 때문에 정치 중립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주고 받는 협상 과정에서 이야기했던 안들을 다시 이야기한 내용들을 정 의장이 제안한 것이고, 이를 여야가 받으면 받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정 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 교수는 "발언만을 놓고 보면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를 야권에서 주장하는 정파적인 이슈인 세월호, 어버이연합 등을 협상도구로 우선 고려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는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의장 사퇴에는 반대했다. 그는 "여당으로 하여금 비난할 여지를 준 것은 맞지만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 아니라 의장 사퇴로까지 이어질 내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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