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 해외.. 車 생산량 역전됐다

신은진 기자 2016. 9. 2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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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이어 車생산 기지도 '코리아 탈출'] 高임금 현대차, 해외 공장 11개 지을때 국내선 '제로' 高비용 탈출 - 올 8월까지 국내서 277만대, 해외서 291만대 생산 경제 악영향 - 제조업의 11% 차지.. 물량 감소→감원→경기침체 그런데도.. - 현대車노조 "임금 더 올려달라" 이달 말까지 파업 "노조 이기주의, 청년 고용 막아".. 해외 일자리는 4만개 늘어 도요타보다 연봉 1000만원 많은데 생산성은 절반 수준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국내 생산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생산량에 역전당했다.

본지가 26일 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8월까지 국내에서 만든 자동차는 277만3067대(48.7%)로 해외 생산량(291만6840대)보다 14만3773대 적었다. 이는 이날까지 총 20차례 최대 규모 파업을 겪고 있는 현대차 등 주요 업체들의 파업 영향에다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와 내수 절벽까지 겹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제조업 생산 유발과 고용 효과가 가장 큰 업종인 자동차·부품 산업에 경고등(燈)이 켜진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감소는 '부품 업체 주문 물량 감소→가동률 저하→종업원 감원→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경제 전체에 악순환을 불러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5대 핵심 산업(반도체·휴대폰·자동차·철강·석유화학) 중 휴대폰에 이어 자동차에서 '생산 기지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주)'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은 2009년만 해도 국내 비중이 65%로 해외(35%)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5만대를 정점으로 찍고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조금씩 회복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는 동안 해외 생산은 6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멕시코와 중국에 있던 생산 공장을 각각 미국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로 옮겼고, GM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던 소형 엔진을 미국 공장으로 돌리는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본국으로 생산 설비를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들어간 26일, 현대차의 울산과 전주, 아산공장의 모든 생산 라인이 멈췄다. 노조 조합원들은 출근하지 않고 부서별로 단합대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노조는 26일 12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파업을 벌였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총 20차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11만대에 2조5000억원이다. 회사 측은 "노조 파업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현대차 98년 이후 국내 신설 공장 제로 올해 해외 생산량 증가에는 지난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 멕시코 공장(연산 40만대)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부터 현대차 중국 4공장(연산 20만대)이 가동에 들어가면 해외 생산은 더 늘어난다. 비슷한 규모의 현대차 중국 5공장도 내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1996년 아산 공장(연산 30만대 규모)을 지은 이후 공장 신·증설을 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20년 동안 해외에서만 공장을 11개 지어 생산 능력 314만대를 갖췄다. 일자리 4만600여개를 해외에서 만들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 성장에선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생산 현장은 지나친 고임금 구조와 잦은 임금 협상, 파업 등으로 수출 기지로서의 매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며 "GM, 르노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3~4년 단위의 중장기형 임금 협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1년 단위의 임금 협상을 벌여 노사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르노삼성의 QM3, 한국GM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임팔라 등 '무늬만 국산차'인 수입차도 늘고 있다. 한국GM은 내년 출시할 예정인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캡티바'의 후속 모델을 임팔라처럼 수입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미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 생산 기지를 만들어 일본으로 역수입하는 현상이 시작됐다. 도요타는 대형차를 미국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들여왔고, 혼다·미쓰비시·닛산 등은 태국에서 소형차를 생산해 역수입했다. 특히 닛산이 태국에서 생산하는 '마치'를 역수입할 당시 "인건비 절감 등으로 생산비를 30% 줄였다"며 일본 내 판매 가격을 10%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내 공장에서 전년 대비 0.3% 줄어든 357만7000대를 생산했다"며 "우리도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만든 아반떼나 모닝, K3 등을 국내에서 타고 다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 생산성은…

해외 생산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한국 공장이 생산 기지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국내 자동차 5사(社)의 평균 임금은 1인당 9313만원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 기업인 도요타(약 7961만원)나 폴크스바겐(약 7841만원)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한국(12.0%)이 가장 높았다. 도요타는 7.8%, 폴크스바겐은 9.7%에 그쳤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국내 자동차 5사의 최근 5년(2011~2015년) 연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4.3%로 폴크스바겐(3.3%), 도요타(2.5%), GM(0.6%)보다 높았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평균 임금 인상률은 각각 5.1%와 5.0%로 글로벌 업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인건비가 치솟지만 생산성은 거꾸로 내리막길이라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1인당 매출액(7억4000여만원)은 도요타(15억944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1인당 생산 대수도 도요타의 40% 수준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V) 역시 한국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와 GM(23.4시간)보다 길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 연구위원은 "강성 노조로 인해 도요타보다 비싼 고임금의 신규 공장을 국내에서 지어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노조의 이기주의가 우리의 신규 공장과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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