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천재 해커, 삼성 떠나 美 구글로 가는 까닭은
'천재 해커'로 불리는 이정훈(23)씨가 오는 11월 삼성SDS를 그만두고 미국 구글로 이직(移職)한다고 합니다.
이씨는 국내 화이트해커(white hacker·해킹 범죄를 막는 보안전문가) 중에서 최고로 꼽힙니다. 스무살 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해킹 올림픽 '제21회 데프콘'에서 깜짝 3위를 차지하며 혜성같이 등장했고 작년에는 한국팀 'EDF KOR'을 이끌고 아시아 팀으로는 첫 우승을 이뤘습니다. 작년 3월에는 캐나다의 해킹 대회에 혼자 참여해 1위에 오르면서 해킹 대회 역사상 최대 상금(22만5000만달러·약 2억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씨는 이 대회에서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보안망을 혼자 다 뚫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현존하는 모든 스마트폰과 PC를 해킹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씨는 작년 10월 병역특례를 마친 뒤 대학을 중퇴하고 삼성에 입사했습니다. 그의 역할은 스마트폰·노트북·냉장고 등 삼성이 만드는 모든 전자제품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막는 일이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삼성을 떠나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이직에 대해 이씨는 "해커로 더 배우고, 더 성장하고 싶다. 구글에서 세계 최고의 해커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어를 잘 못 해 걱정이고 연봉도 삼성이 더 많지만 보안전문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구글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씨의 구글행이 씁쓸한 이유는 그의 뒷모습에 화이트 해커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화이트해커들은 "해커라고 하면 범죄자 취급을 당해 자신이 하는 일을 숨긴다"고 말합니다. 한 40대 해커는 "잘하는 후배가 갑자기 해커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업하면 십중팔구 결혼을 앞둔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설령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 취업을 하더라도 시키는 일만 하기 일쑤라고 합니다.
최고의 해커는 최고의 보안 전문가입니다. 국가 기관과 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해커부대를 혼자 상대할 수준의 S급 해커가 나라를 떠난다니, 이런 게 인재 유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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