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희팔.. 1만명에 1兆대 다단계 사기
[동아일보]
해외 사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개인투자자 1만여 명으로부터 1조 원대의 돈을 받아 챙긴 불법 다단계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가 많고 규모도 커 7만여 명을 상대로 5조 원이 넘는 사기극을 벌인 ‘조희팔 사건’의 재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1년 11월부터 올 8월까지 홍콩 FX마진거래 등에 투자하면 월 1∼10%의 배당금을 주고 원금도 1년 내에 돌려주겠다며 1만2076명으로부터 총 1조960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FX마진거래는 여러 외국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아 환차익을 얻는 파생 거래의 일종으로, 허가 없이 이를 권유·알선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사업을 시작한 뒤 홍콩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한 푼도 없었다. 그런데도 김 씨는 투자자들을 계속 모아 마련한 돈으로 먼저 투자한 피해자들에게 원금 일부 및 배당금으로 4843억 원을 지급하며 신뢰를 쌓았다. 투자자 모집책들에게도 이 같은 돌려막기 수법으로 수수료 2562억 원을 줬다. 그는 미미한 외환거래 중개 실적을 숨기기 위해 거래량을 조작하는 가짜 프로그램을 개발해 투자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김 씨는 이번에 드러난 사기 외에 2014년 9월에도 같은 수법으로 투자자들로부터 672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었지만 재판을 받으면서도 국내외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더 많은 투자자들을 유인해 사기 규모를 1조 원대로 늘리는 범행을 자행했다. 그는 첫 번째 기소 건으로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김 씨가 실형을 받으면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신고도 못하고 재판 과정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서울 여의도 IDS홀딩스 본사를 압수수색한 결과 남은 돈은 890억 원에 불과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2000억 원 상당의 원금 반환을 요청했고 매달 지급해야 할 배당만 400억 원이 넘는 상황을 감안하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은 김 씨의 유죄 확정판결 직후인 이달 2일 그를 긴급 체포하고 사무실 금고에 있던 209억 원과 김 씨 계좌에 보관된 681억 원을 확보했다.
검찰은 경찰과 협조해 IDS홀딩스의 전국 18개 지점을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모집책 등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공조 절차를 통해 해외 송금액 등을 확보하고, 관련 민사 절차 등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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