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세균 의장, '국회법 77조' 위반했나?

오대영 입력 2016. 9. 26. 22:41 수정 2016. 9. 26.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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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를 시작하겠습니다. 팩트체크의 본령, 즉 정치인의 발언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 오늘(26일) 주제는 이겁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새누리당 : 의사과장이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에게 전달한 종이 한 장. 이것이 바로 의사일정 협의라는 궤변을 계속 늘어놓고 있는 겁니다. 이건 종이쪽지 전달이지 협의가 아닙니다.]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법 위반을 주장하며 제시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새누리당과 '협의 없이' 의사일정을 잡아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는 건데, 저희가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통해서 분석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가 나와있는데요. 협의를 했느냐, 안했느냐 이게 핵심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9월 23일~24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보겠습니다.

23일에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이 본회의에 올랐는데 그날 본회의는 24시, 그러니까 자정이 지나면 본회의가 끝나게 됩니다.

그래서 24일로 넘어가게 되는데, 8차에서 9차로 바뀌었잖아요, 넘어가려면 차수 변경, 일정 변경이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통과가 됐는데, 문제는 저 일정을 변경하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 이게 문제였거든요.

현재 국회법에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장은 회기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안건 추가·순서변경할 수 있다.'(국회법 77조) 이렇게 돼 있죠.

[앵커]

정진석 원내대표가 '종이 한 장'이라고 얘기한 것, 그러니까 사전적으로 협의는 '의논'이 아니냐, 따라서 종이 한 장 해놓은 건 그건 아니다 이런 얘기고요. 그러니까 '서면'으로 의사일정을 전달한 것이 '협의'냐, 이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정진석 원내대표의 입장은 들어보셨고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반박 논리가 이겁니다. "그게 협의다. 의장이 의사전달을 하는 과정 자체가 협의다." 그러니까 종이를 보내든 팩스를 보내든 협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가장 정확한 방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입니다.

총 3가지 사례가 있었습니다. 우선 2010년입니다. 이렇게 양당의 입장이 나왔는데,

"국회법 절차와 국민적 합의에 맞지 않아 무효다" vs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하는 것"

왼쪽이 민주당에서 했던 얘기이고, 오른쪽이 한나라당의 입장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당 이름을 빼놓으면 어느 당이 얘기한 건지 헷갈릴 정도로… (지금하고 반대지요?) 입장만 바뀌면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그런 얘기죠.

[기자]

네, 이게 불과 6년 전의 얘기인데, 왜 이런 입장들이 나왔느냐, 당시에 아랍에미리트연합 파병동의안 처리가 있었습니다.

이게 처리는 됐죠. 박희태 국회의장이 의장을 맡고 있었고요. 민주당에게 전화와 팩스를 통해서 일정을 통보했습니다.

민주당이 당시에 "이건 협의가 아니다"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냈는데, 헌재는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1. "협의의 개념은 의견의 교환·수렴 절차"
2.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3. "결정은 종국적으로 국회의장이 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앵커]

국회의장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렇게 밖에 볼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전화로 통보를 한 것도 협의로 본다는 의미잖아요. (그렇습니다.) 결국 협의 방식의 최종 결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이라고 봤다는 얘기인가요, 헌재에서?

[기자]

맞습니다. 두번째 사례는 2006년인데,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완전한 무효" vs "다른 정당이 합의해 처리하면 날치기고 한나라당이 참여하면 아니냐?"

왼쪽은 한나라당, 오른쪽이 열린우리당이었습니다.

2010년과 또 입장이 바뀐 건데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느냐, 2006년 사학법 개정안 처리가 됐는데, 당시 김원기 의장이 한나라당에게 의사일정을 통보하면서 서면으로 전달했습니다.

당시에는 또 한나라당이 "이것은 협의가 아니다"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1. "반대하던 한나라당과의 협의는 실질적 의미가 없는 상황"
2. "한나라당과 직접 협의 없이 의사일정 변경하였더라도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3. 따라서 "국회법 77조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와 있었다는 점도 헌재 판단의 요인이 됐습니다.

[앵커]

반대할 게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협의를 안했다고 문제되지 않는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 지 모르겠는데, 그걸 요즘 같은 상황으로 또 치환해서 적용하다 보면 어떤 답이 나올지 대충은 알긴 알겠습니다만,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협의가 없어도 무방하다고 본 결론이네요.

[기자]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렇고요. 그런 취지가 분명히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 사례, 2004년입니다.

"폭력적 공개투표로 원천무효" vs "국회에 부여한 헌법상 권능"

왼쪽은 열린우리당, 오른쪽은 한나라당의 논평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때인데요.

2004년 3월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열린우리당에게 본회의 일정을 통보하는데 서면으로 했습니다. 그 뒤 극한 반대 속에서 탄핵안이 처리됐는데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국회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거나"
2.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고 결정했는데, 당시에 탄핵은 안 된다는 거였지만 의사일정 통보권에 대해서만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건 그 당시 헌재가 당시 집권당의 편을 들어준 것도 아니고. (네.) 결론은 의사일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장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 모든 사례가 그렇습니다. 혹시 반대 사례는 없습니까?

[기자]

반대 사례는 없었습니다.

[앵커]

잘 찾아봐야 됩니다.

[기자]

네. 저희가 다 찾아봤는데요. 국회 권한심판쟁의 청구 건수를 전수조사했고, 그 안에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간 일정에 대해서 누가 권한이 있느냐 이것을 다 찾아봤는데 없었다는 거죠.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 왜 중요하냐면, 기관 간 권한의 다툼이 생겼을 때 그걸 '권한은 여기 있다'거나 '여기 없다'고 결정할 수 있는 최상위 기구입니다.

저희가 이 사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도 조사했는데요.

꼭 의사일정 협의 문제 뿐만 아니라 총 20건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1990년 이후로 나왔는데, 그 중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진 인용 건수는 0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법을 만든 의원들이 그 법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다투고 결국 헌재의 판단을 구했던 모습, 그리고 여야의 위치만 바뀐채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학자분들한테도 의견을 많이 구했죠?

[기자]

네, 저희가 헌법학자와도 통화를 했습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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