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사람에게만 빚 탕감"..'원칙과 현실사이'

박재범 기자 입력 2016. 9. 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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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정부가 26일 내놓은 ‘채무조정과 채권추심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은 빚으로 고생하는 취약 계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겉모습은 강하지 않다. 서민 채무 조정의 경우 보통 ‘○○만명 빚 탕감’ 등이 부각돼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그렇지 않다.

결국 ‘빚을 열심히 갚다가 문제가 생기면 도와준다’는 게 결론이다.원칙(채무상환)을 현실적 지원(빚 탕감)보다 우선시했다는 의미다. 지난 23일 서민금융진흥원 출범때 박근혜 대통령이 채무조정 관련 “건전한 신용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다보니 ‘성실 상환자 인센티브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성실상환자 자산형성 상품 지원 △성실상환자(2년) 소액신용카드 한도 월 100만원으로 확대 △성실상환자(9개월 이상) 미소금융 대출상품 지원 등이 그렇다. 채무조정 약정액의 75% 이상을 성실히 상환하다가 사고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추가 상환이 어려워진 사람은 잔여 채무를 면제해준다. 기존 ‘유예’에서 ‘탕감’으로 지원 수준을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조건이 워낙 까다롭다. 금융위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불어올 수 있는 것은 자제했다”고 말했다.

행복기금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일반채무자의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행복기금은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일반 채무자에게 30∼60%의 원금감면율을 적용해왔지만, 일반 채무자라도 취약계층과 같은 최대 90%의 감면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이 역시 ‘면밀 분석’ ‘채무조정위원회 심의’ 등이 전제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걱정을 확실히 깔고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대상자가 많지 않다. 세부 대책별로 연 몇천명 수준이다. 금융위는 23만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최대의 기대치일 뿐이다.

대신 생활안정 지원책을 뒀다. 기초수급자 등 일부 취약계층의 연체자에 대해 휴대폰 할부구입 보증서를 발급해주기로 한 게 좋은 예다. 연체자로 분류되면 휴대 전화 살 때 기기 분할 납부 가입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한 지원책이다.

다른 한 축인 ‘채권 추심 대책’은 채무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접근했다.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강화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소액 채무자, 고령자의 유체 동산에 대한 압류를 제한하고 방문때 사전 통지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여기에 채무 독촉 횟수를 일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허가받지않은 채권추심회사에 추심업무를 위탁하면 금융회사가 처벌을 받도록 법도 개정한다. 지금까지는 가족에게 빚을 대신 갚으라고 전화하는 등 불법 추심행위를 한 채권추심인과 무허가 추심업자만 불법 추심에 따른 처벌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금융회사도 이에대한 책임을 갖게 된다.

또 채무자를 괴롭혀온 ‘좀비 채권’을 막기 위해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추심과 매각이 금지된다. 소멸시효를 부활시키는 행위도 막는다.

아울러 눈에 띄는 게 ‘채권자 변동 조회시스템’이다. 이른바 ‘채무 이력제’와 같은 그림인데 채무자들은 본인의 채권이 어떤 기관에 넘어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신용정보원에 채권 정보를 등록한 뒤 채권 매각 때마다 그 내역을 쌓아두게 된다. 채무자 입장에선 본인 채무 정보를 알고 있다면 불합리한 채권 추심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박재범 기자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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