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9홈런' 최정, "참으면서 야구하는 걸 배웠다"
전반기 최정은 홈런 20개를 날렸다. 그러나 타율은 0.263에 그쳤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이 0.136에 머물렀다. 전반기 홈런의 60%가 주자 없는 상황에 나왔다. 7월 7일 인천 한화전에서는 어이없는 2루 견제사로 김용희 SK 감독을 화나게 했다.
지난 두 시즌 최정은 시즌 초반 부진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드러난 성적보다 잦은 부상으로 좀처럼 경기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최정은 후반기 홈런이 리그 1위(19개)다. 타율 0.328에 타점은 전반기와 같은 50점. 후반기 타석은 전반기의 61%다. 극도로 저조했던 득점권 타율은 무려 0.500(38타수 19안타)다.
-40홈런이 의식되지 않나. "아니다. 나 자신을 홈런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목표로 했던 홈런 30개는 이미 넘어섰다. 지금은 좀 얼떨떨하다. 나 자신도 놀랍다. 하나를 더 치면 좋겠지만 염두에 두진 않겠다. 있는 그대로 할 생각이다."
-30홈런과 40홈런은 차이가 크다. "욕심은 난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식하면 타격 밸런스도 깨지고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올해 홈런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가 있다면. "시즌 초반에 계속 안 좋았다. 그래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가려고 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이런 느낌은 나도 처음이다."
- 처음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 "지난 2년 동안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 올 시즌 가장 큰 목표가 풀타임 출전이었다. 목표대로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니 결과가 나오더라. 신기하다."
- 7월 7일 엉성한 주루 플레이를 한 뒤로 성적이 급등했는데. "혼나서 정신을 차린 건 아니다. 견제사를 당하기 전부터 타격 연습을 하는데 '이거다!' 하는 감이 왔다. 그때부터 좋아질 기미가 보였다. 마침 타이밍이 공교롭게도 견제사로 아웃이 된 시점이었다."
- 솔로홈런이 많아 '영양가 없는 홈런'이라는 비난도 있었는데. "일종의 운인 것 같다. 주자가 있을 때 안타를 치고 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모든 타자들이 똑같은 기분으로 타격을 할 것이다."
- 2014년 겨울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한 뒤 2년 동안 부진했다. "아픈 것보다 야구를 못하는 게 낫더라. 아파서 못 하는 게 더 스트레스다. 가끔은 남들이 인정해 줄 만한 부상이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왼어깨와 손목 등이 야구를 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아팠다. 그런데 막상 진단은 근육에 염증이 좀 생겼다거나 연골이 찢어진 것에 불과했다. 배트를 못 돌릴 정도로 아프지만 남들이 볼 때는 다를 수 있다. 참으면서 야구 하는 법을 올해 배웠다."
- 골든글러브 욕심이 있나. "올해는 황재균(롯데)을 비롯해서 3루수들이 다 잘했다. 3루수가 대박이다. 솔직히 욕심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안도감이 더 크다. 경쟁할 수 있는 그룹에 꼈다는 것에 만족한다. 건재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 개인 성적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타율 3할이다. 올 시즌은 망한 줄 알았다. 실력이 서서히 퇴보하나 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찬스 때 좀 쳤어야 했는데, 그게 아쉬웠다."
- 도루(1개 성공, 2개 실패)는 어떤가. "아쉽긴 하다. 시즌 초반에는 많이 시도했는데, 스타트를 끊으면 파울이 자주 나왔다. 뛰면서 (몸이) 불편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도가 줄어들었다. 도루에 대한 밸런스나 자신감도 떨어졌다."
- KBO 통산 몸에 맞는 공 1위인데 타석에서 변화를 주진 않았나. "지난해에는 타석에서 좀 떨어져서 치기도 했는데 잘 안됐다. 타석에서 떨어지니까 (투구를 보는) 시야가 달라지더라."
- 올 시즌이 재도약의 해라고 볼 수 있을까.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안 좋을 때도 이겨 낼 수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다. 시즌 초반에 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중요한 건 안 아프지 말아야 한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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