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떠올리며 어르신 C형간염 진료 매진했을 뿐인데"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입력 2016. 9. 25. 19:24 수정 2016. 9. 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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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섣부른 정보유출에 오명..순창 C의원의 쓰라린 사연 원장 "잠도 잘 안와..의사직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간염검사를 위해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채혈하는 모습.(기사내용과는 무관함) 2016.02.17/뉴스1 © News1 권혜민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아버지가 C형간염으로 고생하시다 간경화로 결국 10여년전 돌아가셨습니다. 의대에 수석입학하고 줄곧 장학금을 받은 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언니였지만 평생 고생만 하신 아버지의 죽음을 막진 못했고 그것은 저희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았습니다."

"만성으로 진행될경우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릴만큼 무서운 C형간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었던 언니는 그래서 더욱 A형,B형 감염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낮은 C형간염 조기발견과 치료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가벼운 감기로 찾아온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들도 놓치지 않았고 환자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뱉은 얘기들 속에서도 감염 징후가 없는지 세세히 살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순창에선 실력좋은 의사로 인정받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원환자도 증가해 많은 c형간염 환자들을 발견하여 조기치료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그런데 빅데이터의 단순한 분석만 믿고 면밀한 조사와 분석없이 순창의 한 병원에서 C형간염이 집단발병했다고 발표한 때문에 언니의 병원과 순창은 지금 참담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전라북도 순창지역 C의원 C 모씨(여·40대) 여동생의 증언이다.

지난달 31일 C 원장은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겪었다. 그 여진은 지금도 있다. C형간염에 의해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환자들의 C형간염을 집중 진료해왔지만 보건당국의 섣부른 정보누설로 C 의원은 C형간염 진원지로 둔갑됐다.

"사명감 갖고 한게 오명...의사직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순창지역 4개의 내과의원들 중 C 원장이 운영하는 의원이 감염진료를 한다는 소문에 많은 환자들이 해당 의원에서 C형간염 진료와 치료를 받아왔다. 간암초기 환자를 발견한 공적도 있지만 그의 노력이 억울함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C 원장은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한 달 동안 잠을 못 잤다. 너무 힘들다. 제 꿈이 지금껏 돌봐온 할머니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의사직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힘든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전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감염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고향인 전라남도 광주에서 봉직의(페이닥터) 일을 해왔다. 이후 개원하기 1년 전인 2005년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C형간염이 원인이었다.

남편(정형외과)과 함께 2006년 광주에서 가까운 순창의 2차 병원급 기능을 갖춘 선배의 의원을 인수했다. 원래 병원급이었지만 진료비가 비싸다 보니 전임 원장이 의원급으로 등급을 낮췄다. 좁은 순창지역에서 내과와 정형외과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됐다.

C 원장이 C형간염 진료에 더욱 매진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C형간염의 조기발견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버지 떠올리며 C형 간염 검사 집중...의료수가 삭감도"

간염에 대한 스크리닝 검사는 교과서적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 진행돼야 한다. C형간염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았더라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C 원장은 내원 환자들 중 C형간염 환자들이나, 간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난 환자들에 대해 이 기준을 적용해 진료해왔다. 이것이 다른 의원들에 비해 C형간염 진료가 많았던 이유다. 순창 내 내과의원은 총 4곳 뿐인데 김 원장의 의원은 그 중 혈액검사를 하는 임상병리사를 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 News1

C형간염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항체 양성과 바이러스 양성 결과가 나오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김 원장은 간 전문의가 있는 3차 의료기관으로 위탁했다.

특히 환자들 중 간 기능 수치에 이상이 있거나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간의 모양새가 거칠어 보일 경우 B형간염은 물론 C형간염 스크리닝 검사를 동시에 진행해 의료 수가 삭감을 감수한 적도 많다. 보건당국 입장에선 과잉검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국내 간염 유병률이 B형간염보단 C형간염이 낮아 B형간염 검사를 먼저 진행해 '음성(비감염)' 결과가 나와야 C형간염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래야 삭감이 되지 않는다.

비보험인 복부 초음파 비용도 8년 동안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왔었다.

C 원장은 "우리 아버지가 병원에 갔다면 의사가 이렇게 알아서 진료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진료해왔다"고 밝혔다.

보건당국 섣부른 정보유출이 화근...애먼 병원만 골탕

C 원장이 겪은 고통은 오해에서 불거졌다. 지난달말 한 언론매체는 순창의 한 지역에서 C형간염 환자 203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자료 내용이 어떻게 해당 언론에 들어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해당 자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역학조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출입기자단에 당부했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기간을 넓혀보니 상황은 뒤바뀌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순창지역 C형간염 진료인원은 2006년 217명, 2010년 190명, 2011년 257명, 2014년 266명, 2015년 237명으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순창 지역 C형간염 환자 증가율은 9.2%로 전국 평균 20.1%의 절반도 안 됐다. 김광수 의원은 "개별 의료기관 진료기록 데이터에 의존해 지역별 자료를 추가로 확인하지 않고 서둘러 확정되지 않은 결과를 언론에 알렸다"고 질타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나온 내용처럼 단순 데이터 결과를 통해서는 집단감염과 연계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당시 기사 자체는 오보라 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일 "최근 일부언론의 내용은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질본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C 원장에 직접 사과했다.

◇ 환자줄고 지역사회 타격..."당국이 한번이라도 이전 데이터 봤더라면" 일단 지금까지의 오해는 풀렸지만 C 의원은 지금도 냉랭한 분위기가 흐른다. 일단 내원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C형간염이 농산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순창지역 농산물 판매 피해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그 지역 주민의 설명이다.

C 원장은 "건보공단이 3년간의 빅데이터를 언론에 넘겼을 때 한 번이라도 그 이전 데이터까지 확인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건보공단은 빅데이터가 아니라 단면만 봤다"고 주장했다.

순창 C의원 간염파동으로 지역 특산물 판매도 위축됐다고 지역주민은 말한다. 사진은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 발효소스토굴.(순창군 제공) © News1 홍성오 기자

이어 "가족처럼 지낸 환자분들은 지금 오해란 걸 이해하시지만 시골은 워낙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크기 때문에 사실 지금 너무 힘들다. 머리가 복잡해 환자 진료할 때 집중이 잘 안되기도 하고 극복을 해야 겠지만 예전처럼 애정어린 마음으로 환자를 보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해당의원에 대한 10년치 진료 차트를 조사 중이다. 일단 적잖은 C형간염 환자들이 이 의원을 통했고 순창의 유병률이 전국 시도중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임플란트, 문신 경계해야"

순창은 유독 어르신들 중 C형간염 환자들이 많은데 대해 과거 무자격자에 의한 치아시술과 눈썹문신, 체했을 때 바늘로 손 따는 행위 등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C원장은 추정했다. C형간염은 정기적으로 검진하지 않으면 감염사실을 알 수 없을 만큼 증상이 특별히 없다. 감염 이후 10~20년 뒤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한다.

C 원장은 이번을 계기로 무분별한 불법 임플란트 혹은 문신술 등에 대한 경감심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2010~2011년 논문 통계를 보면 문신을 하는 경우 C형간염 양성률이 문신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9배에 달한다"며 "비싼 비용 때문에 시골에선 임플란트 술을 비전문가가한테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아버지도 C형간염에 감염됐던 계기가 치아치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C 원장은 "철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고 비자격자 시술로 인해 더 이상 억울하게 간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없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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