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핵심기술 또 유출시도..철통보안 어떻게 뚫렸나

한동희 기자 2016. 9.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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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품질 담당 이 모 전무는 퇴근하기 위해 건물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의 가방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시스템 반도체 공정인 14나노 공정 기술 자료가 들어 있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할 때 쓰는 기술이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사업장 직원들이 방진복을 입고 작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국가시설단지이다. 공정 기술 자료 등을 갖고 나가려면 자료 반출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전무는 이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

이 전무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검색대 앞에 섰다. 이 검색대는 각종 금속과 반도체 칩, 저장장치를 탐지하는 전자감응기와 X선 검색대가 설치돼 있다. USB나 외장 하드디스크 등을 들고 나가면 이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다. 업무를 위해 필요한 개인 저장장치를 들고 나가려면 부서장 결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모바일 기기에는 ‘MDM(Mobile Device Management)’이라는 보안 솔루션이 작동한다. MDM을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면, 검색대를 통과한 후 MDM이 자동적으로 작동해 해당 모바일 기기의 사진 촬영 기능, 블루투스 기능, 와이파이 기능 등이 꺼진다. MDM을 설치하지 않은 임직원이 지나가면 '설치하지 않은 직원입니다'라는 경고문이 뜨고 보안 직원이 해당 직원을 검문을 하도록 돼 있다.

이 전무는 문제 없이 검색대를 통과했다. 자료를 금속 기기에 담지 않고 문서로 갖고 있었던 데다가 임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느슨한 검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로 된 핵심 자료를 내려받고 이를 출력하는 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내 문서를 출력할 때 출력시간과 출력자 사번 등이 워터마크로 문서에 표기된다. 하지만 그가 임원이었던 까닭에 핵심 자료 문서 출력도 용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전무는 자동차에 올라 사업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마지막 검문 검색대에 섰다. 이 전무의 자료 반출 시도는 여기서 제지 당했다. 경비원이 이 전무의 차량 안에서 기밀문서를 발견해 회사에 알렸다. 삼성전자는 이 전무의 집도 수색해 이미 수천장의 문건을 반출해 집으로 가져간 것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이 전무가 공금 유용을 한 혐의도 발견돼 회사 차원에서도 징계를 했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형사4부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지난 22일 이 전무를 구속했다.

삼성 태평로 사옥에 설치된 보안 검색대./조선일보DB

이 전무가 집으로 반출한 기술 문건을 해외 또는 경쟁 업체로 대가를 받고 넘기려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동종업계 헤드헌터와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공정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005930)임직원이 중국과 대만 등 반도체 회사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반도체 굴기(堀起)’를 펼치는 중국은 삼성전자 출신들을 모셔가기 위해 연봉을 9배까지 제시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 경쟁사에 반도체 핵심 기술이 넘어가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2010년 외국계 장비업체 A사 직원들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판매한 후 A/S 등을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비밀 문서를 안주머니에 숨긴채 보안 검색대를 피하는 방법으로 삼성전자 기술을 유출했다. 이 사건으로 A사와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제조사 임직원 등 19명이 입건됐으며 3명이 구속 기소됐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 부사장까지 역임한 헤드헌터가 한국 인력과 중화권 기업들의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며 “현직 고위직들이 이런 헤드헌터들의 주요 타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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