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설치한 조상묘, 20년 지나면 내땅?..분묘기지권 논란

장윤정(변호사), 유동주 기자 입력 2016. 9. 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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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팩트체크]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약인가 관습상 인정된 합법적 권리인가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유동주 기자] [[the L 팩트체크]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약인가 관습상 인정된 합법적 권리인가]

지난 추석 연휴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는 성묘객들의 모습/사진=뉴스1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그 소유자의 허락 없이 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하게 사용하면 그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취득하게 하는 이른바 '분묘기지권'의 인정 여부 두고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우리 법상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20년간 있던 분묘가 있었다면, 묘를 수호하는 범위 내에서 제사를 지내는 사람에게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이 대법원 판례에 의해 관습적으로 인정돼 왔다. 이는 우리 민법상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권리인 '지상권(地上權)'과 유사한 것으로, 판례는 ‘지상권 유사의 물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불합리한 관습인가…조상 섬기는 윤리인가

분묘기지권의 인정 문제는 결국 어느 쪽의 권리를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다.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우선하는 입장에서는 20년 간 남의 땅에 무단으로 묘를 설치해 일정 기간만 지나면 계속 그 땅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관습법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최영미 변호사(법무법인 태승)는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관습이 존재하고, 그 관습을 법률로 인정하려는 국민의 법적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은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하는데다, 분묘설치가능토지의 한계 및 장례문화의 변경(화장 등)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이를 관습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재의 대법원 판례는 새로이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랜 기간 존재해 온 분묘의 안정성과 선조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는 재산권에 견줄 수 없다며 분묘기지권의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최재원 변호사(최재원 법률사무소)는 "대법원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기저에 깔린 근본 윤리인 '선조를 섬기는 윤리'를 저버리고, 헌법정신이나 서구의 합리주의 그 어느 것에도 터 잡지 못한 판결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소유권 절대의 사상은 서구 사회에 일반적인 관념도 아닐뿐더러 고인이 된 선조의 존엄에 대한 중대한 사법적 통제로서 작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묘지 알박기' 논란도 있어

상당수의 분묘기지권은 소위 '알박기'라는 외형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는 아파트 사이에 분묘가 그대로 보존돼 주거공간과 묘지가 공존하기도 한다.

이는 해당 분묘에 권리가 있는 후손들과 아파트 건설주체와 협의가 안 된 채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분묘기지권을 내세워 이장에 반대하거나 이장비로 거액을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에 분묘기지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그간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봉분이 없던 땅에 갑자기 봉분이 조성되고 그 밑에 수십년간 조상이 매장돼 있던 무덤이 있다고 주장해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분묘기지권 주장을 못하도록 토지 소유자가 봉분을 없애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을 고용하는 일도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2001년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신설된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전 이전에 설치된 묘지다. 따라서 자신의 소유 토지에서 남의 분묘를 뒤늦게 발견한 경우에는 20년의 시효완성이 되기전에 해당 분묘의 관계자를 찾아 시효를 중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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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변호사),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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