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토끼집

매거진 2016. 9.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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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는 만큼 채워지는 농가주택

오래된 시골의 농가주택이 변신했다. 자연 속에 자리한 집이 단출해진 만큼 꽉 채워진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농가주택 토끼집을 찾았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북도 경산시 점촌동 / 대지면적 : 305㎡(92.26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축면적 : 99.96㎡(30.24평) / 연면적 : 99.96㎡(30.24평)

건폐율 : 32.74% / 용적률 : 32.74% /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4.1m / 공법 : 기존 조적구조 + 보강 경량 철골

구조재 : 벽/지붕 - 기존 구조재 + 경량 철골 / 지붕마감재 : 기존 슬레이트지붕

단열재 : 알루미늄 단열재(로이단열재) / 외벽마감재 : 기존벽체 수성페인트 도장

창호재 : 남선시스템 로이유리 /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 전기

디자인 및 시공 : 아름다운 삶의 공간 김경호 대표 053-857-5366

총건축비 : 1억5천만원(리모델링, 조경, 데크, 조명 포함)


BEFORE

리모델링 전에는 과수원을 운영하던 가족이 살던 집(좌)과 창고(우)로 각각 개별적인 건물 두 채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창고는 과수원을 운영하던 농부가 벽돌을 쌓아 만들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골조조차 전혀 없는 상태였다.


ㄱ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는 건물의 외관. 데크 아래에는 주차를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 계단부터 입구까지는 천장을 만들었고, 지면과 가까운 부분엔 구멍을 내어 목련 한 그루를 심었다. 


대구 시내와 차로 15분 떨어진 경북 경산시 6차선 도로변 한쪽으로 도심과 반전된 분위기의 과수원 마을이 펼쳐진다. 이 마을 언덕 위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농가주택은 시원시원한 창이 돋보이는 흰 바탕의 집이다. 요즘 주택의 외관을 가졌지만, 주위를 둘러싼 과수원이나 마을의 오래된 집들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집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빈집이었으나 얼마 전 ‘아름다운 삶의 공간’ 김경호 대표가 새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건축주인 박은진, 이철훈 씨 부부는 오래된 집이 풍기는 따뜻한 정서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새로 짓기보다는 고쳐서 쓰기를 원했다. 최대한 집의 정취를 훼손하지 않는 것에 리모델링 초점을 맞췄고, 외벽은 새로 칠했지만 지붕은 깨진 부분만 수리해 다시 올려 옛집이 가진 멋을 간직했다.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나서 불필요한 것들을 허물어내니, 이 집은 전문가가 아닌 이곳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며 살았던 농부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 올린 집이었던 것. 모두가 새로 지어야 하는 집이라고 했을 정도로 부실한 벽에 기본적인 단열이나 방음도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뼈대가 필요했다. 기존 건물을 보강해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꾀하고,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하는 부부의 취향대로 창문도 크게 내어야 했다. 이 집을 디자인한 김대표는 벽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창을 내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소회한다. 가장 기본적인 골조에 많은 공을 들여 편안하고 따뜻하면서 실속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전 주인이 살던 집과 바로 옆에 붙은 창고는 중간에 브릿지를 만들어 하나로 연결했다. 목구조로 통로를 만들고 한 쪽 벽 전체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마당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빛과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집의 전체적인 모양이 좁은 문으로 들어와서 큰 공간을 만나고, 다시 좁은 통로를 지나 큰 공간을 만날 수 있어 마치 토끼가 파놓은 굴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집의 이름도 ‘토끼집’이라 정했다.


현관과 연결된 첫 번째 공간은 집의 ‘몸’을 상징하고, 통로를 지나서 나타나는 제2거실은 ‘마음’을 상징한다. 싱크대가 있어 주방 겸 거실로 쓸 수 있는 ‘몸’에서는 일상생활을 한다. 다음 공간인 ‘마음’은 집의 핵심인데, 대구 시내에서 요가원을 운영하는 은진 씨가 요가나 명상을 할 때 바위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시멘트칠을 한 바닥에 에폭시를 깔아서 연출했다. 큰 창으로 과수원 풍경이 보이는 이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는 모습만 떠올려도 자연 속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다.


INTERIOR

내벽 마감재·데크재 : 에코홈즈 / 바닥재 : 에폭시투명

타일 : 상아타일 / 주방 : 가구 월드스톤

조명 : 빛이 예쁜 조명 / 페인트 : 향교페인트


ACTIVITY 01

명상 가구가 없는 건축주의 집에서는 사방에 걸릴 것이 없어 앉는 곳이 곧 명상을 위한 공간이다. 데크에 앉아서, 때로는 마당의 잔디 위에서, 그대로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ACTIVITY 02

가드닝 건축주는 이전에 살던 가족의 역사가 담긴 과수원의 나무를 베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매일 정원을 가꾸고, 수확물이 많을 때마다 지인들을 초대해 나누고자 한다.


ACTIVITY 03

친목모임 요가와 명상을 위해 만든 제2거실은 지인과 모임을 가지기에도 너무나 좋은 공간이다.


ACTIVITY 04

담소 폴딩도어를 열면 언제든 마당으로 출입이 가능한 거실에 걸터앉아 부부는 각자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서 과수원까지 짧은 산책을 하기도 한다.


ACTIVITY 05

독서 사방이 탁 트인 원두막에서 솔솔 부는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독서할 수 있는 건 이곳만의 묘미다.


Q&A / 농가주택 라이프

“자연은 내가 찾는 만큼 누릴 수 있어요.”


박은진, 이철훈 부부

Q 리모델링을 위해 농가를 고를 때 가장 우선시했던 건 무엇인가요?

A 집 위주의 집이 아닌, 사람 위주의 집을 골랐어요. 화려한 주택들에서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집이 아니라, 편안하고 좋은 기분이 느껴지는 집이요. 누군가가 농가를 리모델링한다고 하면 따뜻하고 튼튼한 집으로 고르라고 권하고 싶어요.


Q 리모델링할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있다면요?

A 처음 이곳의 땅을 밟고, 집이 풍겨내는 따뜻한 분위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망칠까봐 ‘최대한 자연스럽게’, ‘순리대로’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며 작업했어요. 마을의 분위기에도 튀지 않고 잘 어울리는 집이 완성되어 만족스러워요.


Q 이 집의 사계절은 어때요?

A 봄에는 과수원이 많은 동네라 복숭아꽃이 주변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우리집엔 하얀 자두꽃과 사과꽃이 피어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실수 꽃들을 감상할 수 있죠.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고, 가을에는 사과가 잔뜩 열릴테니 이웃들과 나눌 수 있을거예요.


Q 집이 생기고 일상이 어떻게 변했나요?

A 직업 특성상 비어 있는 시간이 많은데 무조건 집으로 와서 쉬어요. 이전에는 주말마다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다녔지만 이제는 당연히 집에서 꽃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나날이 조금씩 변하는 집의 모습을 만끽하고 있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A 집 이름도 토끼집이지만 우연히 토끼 한 쌍을 선물 받아 키우기도 했어요. 마당에서 우리와 2주 정도 지내다가 자신들의 굴을 파더라고요. 그 뒤로부터는 드문드문 보여요. 토끼에게 자연스럽게 자유를 준 것 같아 기뻐요.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마음을 담아 설계하고 지었죠.”

김경호 건축가


Q 토끼집의 부제는 ‘목련이 피는 집’이에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죠?

A 건축주가 체구가 작고 화사한 웃음을 지니고 있어 ‘목련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입구에 하늘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목련나무를 심고, 마당에는 내면을 상징하는 작은 연못을 파 물에 사는 목련인 연꽃을 띄웠죠. 이는 내면에서 피어나는 꽃을 상징합니다.


Q 어떤 철학을 갖고 작업했나요?

A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을 가장 우선시해요.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할 때도 건축주의 요가학원에 등록해 끊임없이 관찰했죠. 건축주는 물론 이웃들과도 함께 상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즐기는데, 이번에는 특히 건축주가 집 앞의 길이 차 한 대가 못 다닐 정도로 비좁아서 폭 1.5m 정도를 도로에 내어줬어요. 작업으로 인해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도움도 많이 받고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많은 애정을 쏟은 작업이라 잘 키운 딸을 시집 보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제1거실과 제2거실에 통로를 만들어 하나의 건물로 이었다.  /  제2거실의 바닥에는 에폭시로 마감해 돌 위에 서 있는 느낌을 연출했다. 
부부의 방. 옷가지와 이불을 넣는 수납장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  건축가는 부부를 위해 연못을 파고 수련을 심었다.


이 집에는 건축가가 선물해 준 싱크와 작은 책장, 식탁과 의자, 간단한 수납공간이 전부다. 건축주의 삶 자체가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편리함이나 화려함을 대신해 이전에 살던 가족의 정서와 골조를 살리는데 애썼다. 부부는 이곳에서 며칠씩 머물러도 전혀 불편한 줄을 모른다. 당장 없이 살면 굉장히 홀가분해지고, 내적으로 충만하게 채워진단다. ‘집이 사람을 닮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집, 그 안에서 이 부부는 더욱 넉넉해질 것이다.


취재_이아롬  |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9월호 / Vol.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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