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간절함이 만들어낸 별 하나

심재철 2016. 9. 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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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1-0 FC 서울

[오마이뉴스심재철 기자]

 결승골의 주인공 조병국이 헤더로 실점 위기를 모면하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최악의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장 어려운 고비 앞에서 선장을 잃은 상태였으니 마지막 파도를 넘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바닥을 친 간절함이 선수들과 팬들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승리의 만세삼창을 이렇게 빨리 누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해냈다.

이기형 감독대행이 이끄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0일 오후 6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간판 수비수 조병국의 짜릿한 결승 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지난 7월 20일 울산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 3-1로 이긴 뒤 40일 만에 만들어낸 간절한 승리의 순간이었다.

이기형 감독대행의 절박한 도전

2005년 K리그 준우승, 2015년 FA(축구협회)컵 준우승의 성과 말고는 내세울 것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꼴찌로 추락했다. 처음으로 1부리그 K리그 클래식 땅을 밟은 수원 FC와의 최근 경기(8월 2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0-2로 패한 것이 충격파로 다가왔다.

그로 인해 지난해 '늑대 축구'라는 수식어로 돌풍을 일으키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FA컵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김도훈 감독이 물러나는 아픔도 겪었다. 약 2주 동안 A매치 휴식기를 거치며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맸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나야 했다. 전북 현대와 나란히 선두권을 유지하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노리고 있는 강팀 FC 서울이 찾아온 것이다.

지난 7월 17일 FC 서울을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별명)로 불러 치른 경기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에서 첫 번째 '인경(仁京) 더비'라는 수식어를 붙여 홍보 효과를 거둔 끝에 홈 경기 시즌 최다 관중(1만4246명)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1-2로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인천 팬들은 선수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시즌 최다 관중을 기록한 7월 17일 그 경기를 제외하고 13차례의 정규리그 홈 경기 평균 관중이 4924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바로 이 경기에 1만2587명이 찾아와 목소리를 높여준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이러한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오로지 경기력뿐이었다. 이기형 감독대행은 과감하게 쓰리 백 수비 지향적 전술을 바꿔 '4-1-4-1' 포메이션을 택했다. 지난해 늑대 축구가 한창일 때 주로 쓰던 전술이었다. 안산 경찰청(K리그 챌린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배승진이 포 백 앞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책을 맡아준 덕분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김용환의 오른발 슛
ⓒ 심재철
또 하나 달라진 것은 왼쪽 풀백으로 뛰던 김용환을 과감하게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려세운 것이다. 여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격수 진성욱을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측면 스피드를 살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효과가 강팀 FC 서울을 상대로 제대로 빛난 셈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다

이 경기 기자석에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앉아있었다. 아마도 FC 서울 주요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고요한과 고광민, 윤일록이 뛰는 측면을 주목했을 것이며 최근 전성기의 골 감각을 회복하고 있다는 박주영이 그 평가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36분에 심제혁 대신 들어온 윤일록만 제 역할을 다했을 뿐 나머지 세 선수는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만큼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경기 시작 후 30분 20초 만에 벼락골을 터뜨리며 놀라운 결과를 예고했다. 김용환의 스피드로 얻은 직접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박종진의 오른발 슛이 수비벽에 막혔지만 바로 이어진 공격 기회를 완벽하게 살려낸 것이다.

김용환의 왼발 크로스가 김도혁의 머리에 맞고 솟구친 것을 진성욱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서 오른발 발리 패스를 넘겨주었다. 이 순간 FC 서울 수비수들은 모두 넋이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격에 가담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조병국을 오스마르와 곽태휘가 놓친 것이다.

이대로 물러설 FC 서울이 아니었다. 59분에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에서 윤일록이 오른발로 정확하게 감아올린 크로스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사이드 함정을 보기 좋게 허물어버렸다. 그 공을 받은 주인공은 고요한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터치가 너무 길어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조수혁에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바로 뒤에 간판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기다리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87분에는 교체로 들어온 키다리 골잡이 심우연이 밀어준 공을 윤일록이 오른발 슛으로 극장골을 노렸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조수혁이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냈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이 무려 6분이나 표시되었지만 '데얀 다미아노비치-박주영-심우연' 등 FC 서울의 위력적인 공격수들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향해 더이상 유효 슛을 날리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 중에서 '박종진-배승진-김도혁-김용환' 등이 발목 부상과 근육 경련으로 쓰러졌지만, 끝까지 잇몸으로 버텨낸 것이다. 어느 때보다 값진 승점 3점을 그들은 가슴으로 받아낸 셈이다. 그들 바로 앞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가 걸어놓은 멋진 글귀가 가로놓여 있었다.

"어두운 밤일수록 밝은 별은 더 빛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과 팬들이 함께 만든 만세삼창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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