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언더독의 반란'은 계속된다

2016. 9. 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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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예선 약소국 선전 이어져

‘우리는 스포츠에 존재하는 변화무쌍한 불확실성의 피해자다.’

1986년 당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멕시코 월드컵 준결승에서 미셸 플라티니를 필두로 장 티가나, 루이스 페르난데스 등이 버틴 최강의 프랑스가 서독의 밀집수비에 막혀 영패를 당하자 이같이 탄식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강팀들의 한숨을 자아낼 언더독(승산이 낮은 선수나 팀)이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예선 I조에 속한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와 ‘유럽 최빈국’ 코소보가 첫 경기서 나란히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을 챙겼다.

지난 6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8강 신화의 기적을 쓴 아이슬란드는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총인구가 33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국내에 정식 프로리그조차 없는 유럽 축구의 변방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첫 출전한 메이저대회인 유로 2016에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16강전에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코소보의 발론 베리사(맨 오른쪽)가 6일 핀란드 투르쿠 베리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예선 I조 핀란드와의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투르쿠=AFP연합뉴스
아이슬란드는 이 기세를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아이슬란드는 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예선 첫 경기서 우크라이나를 맞아 1-1로 비겼다. 애초 우크라이나는 I조 톱시드인 크로아티아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무결점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린 안드리 세브첸코(40)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공격력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며 축구 변방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아이슬란드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스트라이커 알프레드 핀보가손(아우크스부르크)이 상대 수비를 제치고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우크라이나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원정 경기에서 값진 무승부를 챙겼다.

같은 날 FIFA 랭킹 190위의 코소보도 월드컵 축구 예선 데뷔 무대에서 깜짝 선전을 펼쳤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코소보는 국내 총생산(GDP)이 65억달러(약 7조원)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는 1998∼99년 벌어진 내전의 여파로 아직 정치와 사회가 불안정하다. 코소보는 지난 5월에야 FIFA 회원국으로 가입한 뒤 유럽예선에 처음 참가하게 됐다.

아이슬란드의 알프레드 핀보가손(11번)이 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예선 I조 우크라니아와의 1차전에서 상대 골키퍼의 빈틈을 노려 슈팅을 하고 있다.
키예프=AP연합뉴스
I조 최약체로 예선 전패가 예상됐던 코소보는 핀란드 투르쿠 베리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경기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18분 핀란드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15분 얻어낸 페널티킥을 미드필더 발론 베리사(잘츠부르크)가 침착하게 성공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로써 코소보는 월드컵 예선 데뷔전에서 첫 골과 함께 승점까지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유럽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은 개최국 러시아의 자동 출전권 1장을 빼면 총 13장이다. 유럽 54개국이 벌이는 치열한 각축전에서 언더독의 반란이 본격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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