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터널', 탱이는 안녕하십니까?

김지혜 기자 2016. 9. 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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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의 신스틸러는 사람이 아니다. 영화를 본 600만 관객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터널'엔 탱이가 있었다.

무너진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에게 탱이는 고립무원의 빛,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며칠간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미나(남지현)가 남기고 간 살아있는 유산이었다.

탱이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곰탱이와 밤탱이 두 마리의 퍼그가 액션과 감정 연기를 번갈아가면서 수행했다. 제작진은 새끼 두 마리를 300만 원에 분양받아 전문 트레이너에게 맡겼다. 어둡고 좁은 터널 세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폐차에서 집중 훈련시켰다.

김성훈 감독은 견종을 퍼그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억울하게 생겨서 눈빛만으로도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강아지였으면 했다. 퍼그가 딱이었다"라고 말했다. 감독의 의도는 관객에게도 전달됐다. 일용할 양식을 "너 한 알, 나 한 알" 나눠주는 정수를 보며 탱이는 주름 져 슬픈 얼굴과 촉촉한 눈빛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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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탱이와의 첫 만남과 교감 과정에 대해 "처음엔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똥오줌을 못 가려서 초반엔 고생했다. 퍼그가 원래 훈련이 쉽지 않은 개로 유명하다더라"고 말했다.

촬영 틈틈이 탱이를 길들여 나갔다. 세트장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놀아줬고, 먹이를 무기로 앉고 서는 훈련을 반복했다. 

탱이는 실전파였다. 리허설 때는 안 되는 연기가 카메라가 돌아가면 됐다. 특히 하이라이트인 개 사료 먹방 장면. '과연 이게 될까' 우려했지만 단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났다. 하정우는 감독의 의도대로 액션과 리액션을 해준 탱이의 열연에 대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사람과 개가 만들어 낸 명장면은 또 하나 있다. 후반부 극한의 상황에 몰린 정수와 탱이가 몸을 포갠 장면. 생명과 생명의 온기가 더해진 아름다운 신이었다. 김성훈 감독은 이 장면 역시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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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후 지금까지 두 퍼그를 기르고 있는 트레이너가 최근 곰탱이와 밤탱이의 사진을 보내왔다. 지난 겨울보다 키가 훌쩍 큰 모습이며, 살도 통통하게 올랐다. 

'터널'을 찍으면서 강아지의 매력에 빠진 하정우는 실제로 반려견을 집에 들였다. 비숑프리제 복실이와 프렌치 불독 땡칠이다. 곰탱이, 밤탱이, 복실이, 땡칠이가 한 자리에 모인다면 그것도 재밌는 풍경일 것 같다.    

영화는 66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막바지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인기에는 하정우과 탱이의 브로맨스 지분도 상당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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