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 순식간에 온몸 피투성이..인간들에겐 그저 '유희' 수단(종합)

입력 2016. 9.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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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용 동물 사육부터 '동물 학대'.."법령 강화하고 엄단해야"
철창에 갇힌 도사견[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박용 동물 사육부터 '동물 학대'…"법령 강화하고 엄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지난달 28일 늦은 밤 경찰이 충남 서산시의 한 폐창고를 급습했다.

경찰이 문을 뜯고 들어가자 창고안은 50명이 넘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폐창고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든 이유는 다름 아닌 '투견도박' 때문이었다.

서산경찰서는 도박장을 연 A(38)씨를 비롯해 55명을 도박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현장에서 개 13마리를 구조했다.

개와 닭 등 동물을 싸움 붙여 돈 내기를 하는 '투견·투계 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동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이런 도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적 제재와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끊이지 않는 투견·투계 도박…도박꾼 전국 각지서 모여

투견도박은 개 두 마리를 싸움 붙여놓고, 이기는 쪽이 판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박꾼들에게 투견·투계는 유희와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지만, 링 안의 동물들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목숨을 건 사투다.

공격적으로 '훈련'된 핏불테리어 등의 개들은 링 안에 들어가자마자, 서로를 맹렬히 물어뜯기에 바쁘다.

도박꾼들은 소리를 질러 개를 흥분시키고, 개의 온몸은 순식간에 상처투성이가 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상처를 낸 개가 승리한다.

한 마리가 큰 상처를 입고 꼬리를 내리거나 숨이 끊어지면 제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경기는 끝이 난다.

도박에 투입된 개들은 경기 내내 고통스러워 하지만, 도박꾼들에게 이런 개의 상처는 관심사가 아니다. 오직 승패에 따라 환호나 탄식을 할 뿐이다.

투견·투계 도박 한 판에 한 사람당 1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배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당 판돈이 수천여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도박은 동물을 사지에 몰아넣는 '잔학한' 학대 행위지만, 전국 각지에서 음성적으로 끊이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도박장을 개장하는 사람들은 모집책, 심판, 딜러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투견도박을 한다'는 모집책의 연락을 받고서 도박꾼들은 서울, 경기,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

도박은 주로 인적이 드문 농촌에서 늦은 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진행된다.

서산경찰서가 55명을 검거하기 불과 여섯 달 전인 지난 3월 충북 음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투견도박을 하던 1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8월 경남 함안의 야산에서 개싸움에 돈을 걸고 도박을 한 29명이 붙잡혔고, 2012년에는 닭끼리 싸움을 붙이는 투계장도 적발됐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00년부터 최근까지 투견도박을 하다 경찰에 검거돼 언론에 보도된 사람만도 총 700여명에 달한다.

도박이 암암리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투견 도박이 행해지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 훈련 과정 자체가 '동물 학대'…"법령 강화해야"

철창에 갇힌 도사견[연합뉴스 자료사진]

투견도박 행위는 물론이고, 도박에 쓰일 개와 닭을 키우는 과정부터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설명이다.

링 안에서 서로를 맹렬히 물어뜯는 도사견들도 사실 태어날 때부터 이처럼 사나운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전문 업자에게 온갖 학대를 당하며 '상품성 있는' 투견용 전사로 길러진다.

투견에 많이 이용되는 핏불테리어는 원래 가족에 대해 애정이 넘치고, 인내심이 강한 순종적인 종이었다.

일부 업자들은 투견용 개를 선별하는 방법으로, 어린 개의 울타리에 야생 멧돼지를 집어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분한 야생 멧돼지가 개를 들이받는데, 꼬리를 내리지 않고 멧돼지에 맞붙는 경우 '투견으로 키울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훈련에 들어간다.

공격력을 기른다며 늙고 약한 개와 수없이 싸움을 붙이는 '훈련'도 서슴지 않는다.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개에게 짧은 목줄을 채우고, 러닝머신을 뛰게 하는 업자도 있다고 동물자유연대 측은 전했다.

투견용 개로 길러지는 이런 과정 자체가 학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개가 다치거나 죽는다.

투견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승리를 하면 또 다른 투견 도박장으로 끌려가고, 패하면 돈을 잃은 견주의 화풀이 대상이 돼 맞아 죽거나 도살장으로 팔려가 식용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도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투견·투계 도박을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만 받을 뿐이다"라며 "미국의 경우 주 별로 차이가 있지만 투견의 소유, 거래, 훈련, 투견 행위를 모두 중범죄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법의 허점도 있다. 투견·투계 도박의 경우 단속될 당시 실제 링 안에서 싸우고 있던 동물의 주인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적용을 받고, 대기하고 있던 개 주인은 도박방조 등의 혐의만 적용돼 가벼운 벌금형만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때 투견도박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투견도박금지법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김 선임간사는 '도박용 동물을 키우는 것'부터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투견용 개 농장에서 수많은 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투견도박을 근절하려면 이런 농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제재가 가해져야 하고 투견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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