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가 울고 있어요"..아동학대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입력 2016. 9. 1. 07:31 수정 2016. 11. 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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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신고 급증..작년 1천624건→올 상반기 이미 1천590건 전문가 "아동학대 시각이 선진국형으로 변하는 과도기"
서울지방경찰청 내 '117 학교폭력센터'에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이 모니터에 띄어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민 신고 급증…작년 1천624건→올 상반기 이미 1천590건

전문가 "아동학대 시각이 선진국형으로 변하는 과도기"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 지난 4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9살배기 여자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A씨는 경찰에 "아동학대인 것 같다"고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와 동행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이를 부모와 분리 조치해 심리상담과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 어머니가 요구르트를 흘린 아이를 훈육하면서 엉덩이를 가볍게 때린 게 다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아이의 피해 정도가 심하지 않고, 아이도 전문 상담사에게 피해 내용을 명확히 진술하지 않아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 지난 7월 경기도의 한 길거리에서 5살짜리 B양이 속옷 바람으로 혼자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한 한 가게 주인은 아이를 보호한 상태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전문 상담사들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해보니, 아이 어머니가 초등학생 큰딸에게 동생을 맡겨놓고 마트에 간 사이 언니가 잠든 틈을 타 B양이 밖에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상담사들은 사례를 현장 조치로 종결했다.

'2013년 울산 계모사건, 지난해 인천 맨발 탈출 여자 어린이 사건, 올해 평택 원영이 사건…'

최근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아동학대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아이가 울거나 혼자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면 과거엔 "이 정도쯤이야" 혹은 "별일 아니겠지" 하며 관심을 두지 않던 시민들이 "혹시 아동학대 아닐까"하는 생각에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9.29∼12.31) 871건에서 지난해 1천624건, 올해 들어 상반기 현재 이미 1천590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부터 아동학대 사건 통계와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이전에는 가정폭력 사건의 한 분류로 아동학대 사례를 관리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2012년 1만943건에서 2013년 1만3천76건, 2014년 1만7천781건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증가한 이유는 순수하게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과거엔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던 사건인데도 이웃이나 학교(교사) 등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부천과 평택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신고도 활성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지난해 인천 맨발로 탈출한 여자 어린이 사건 이후 경찰과 지자체, 정부 등이 미취학 아동과 초·중 장기결석 아동 등을 전수조사하면서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신고도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경기도 한 간부 공무원은 "10여년 전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어린 자녀를 집에 두고 마트에 간 사이 아이가 울어 이웃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다"며 "미국은 아이들만 두고 집을 비운 것으로도 처벌하기 때문인데, 그땐 우리나라 정서와는 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선진국과 비슷하게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도 "최근엔 현장에 나가서 보면 해프닝으로 그치는 사례들이 많다"며 "그래도 이렇게 시민들이 아동학대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주니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민감해지고, 인식이 개선된 것은 맞다"며 "아동학대 사건 자체가 증가한 것보단 인식개선의 여파로 해프닝에 그치는 사례까지 신고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 사건은 늘고 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이나 규모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전문기관의 증설, 인력 보강도 시급하고, 학대 사례를 긴급성별로 분류해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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