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의 괴물] '소리 없는 학대' 아동 방임·영아 유기 심각

임주언 기자 2016. 8. 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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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학대 사망 14명 중 3명은 오로지 방임 때문

인천에 사는 박모(23)씨는 지난 3월 9일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딸을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바닥에 수차례 던졌다. 박씨의 폭행으로 혜민(가명)이는 온몸에 멍이 들고 두개골이 함몰됐다. 박씨의 부인 이모(23)씨는 남편의 상습적인 학대를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혜민이는 성장표준치 6.08㎏에 훨씬 못 미치는 4.35㎏의 저체중 상태로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8년을, 이씨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이를 방임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어도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리 없는 학대’ 방임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아동학대 유형과 달리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방임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13년 1778건이던 방임이 2014년 1870건, 지난해 2009건(잠정치)까지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방임으로 아동이 다치거나 숨지는 일도 적지 않다. 2014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14명 가운데 3명은 오로지 방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방임과 신체학대가 같이 발생해 숨진 아이도 2명이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상담사들도 방임에 대한 판단이나 조치와 관련해 고민이 많다”며 “방임을 너무 가볍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선 아동방임에 어떻게 대처할까. 미국은 아동학대 사망 유형 중 하나로 ‘치명적 방임(fatal neglect)’을 두고 있다. 방임이 죽음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엄중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영아 유기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형법상 영아 유기는 2013년 225건 발생했지만 2014년 76건, 지난해 41건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베이비 박스’(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에 버려지는 아이는 늘었다. 2009년 베이비 박스를 도입했던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2011년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37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252명, 지난해 278명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방임과 유기가 아동학대의 시작점이라고 지적한다. 방임과 유기에서 출발한 학대가 신체·정서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모든 아동학대의 시작을 ‘방임’으로 보기도 한다”며 “방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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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안지나, 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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