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빈곤 논란에 휩싸인 日..1000엔 점심식사가 빈곤? 풍족?

2016. 8. 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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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한 대학 4년생의 한달 생활비 129만 원을 놓고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가 떠들썩했다면 일본은 최근 점심값 1000엔(약 1만 900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일본 NHK 뉴스7에서는 ‘어린이의 빈곤’을 주제로 경제적 여건 때문에 전문학교 진학을 포기한 여고생의 사연을 소개했다. 여고생 A 씨는 미혼모인 엄마와 언니 셋이서 컴퓨터도 에어컨도 없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이들의 가계소득은 일본 저소득층 소득기준에 해당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자 일본 네티즌들과 일부 보수세력의 항의가 빗발쳤다.

논란이 된 것은 A 씨가 점심으로 먹었다며 자신의 SNS계정에 올린 외식 사진이었다. 사진에 찍힌 레스토랑의 점심 메뉴는 최소 1000엔이었다. 다소 높은 가격에 네티즌은 “빈곤한 가정이 아니다”며 “NHK가 날조했다”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방송에 나온 A 씨의 집안 곳곳에 고가의 물건들을 찾아내고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는 A 씨가 고가의 일러스트용 펜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타야마 사츠키(片山さつき) 자민당 의원도 가세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티켓이나 상품, 점심 값을 절약하면 중고 컴퓨터는 충분히 살 수 있다”며 “학생 본인이 트위터에 게시한 점심 한 끼는 1000엔 이상이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확산됐다. 

NHK 방송에 출연해 경제적 여건 때문에 전문학교 진학을 포기하게 된 사연이 알려지자 “애니메이션 관련 물건들이 많이 있다”, “1000엔 이상의 점심을 먹었다” 등의 이유로 “빈곤하지 않은데 인터뷰에 응했다”라는 비난을 받은 여고생 A 씨. [사진=NHK방송 캡쳐]

하지만 일본의 NPO법인 ‘자립생활서포트센터’의 오 니시렌(大西連) 이사장을 비롯한 사회학자들은 “빈곤에 대한 몰이해가 만연한 일본사회의 실태가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 및 빈곤 전문가인 나요로(名寄)시립 대학교의 야마노 요이치(山野良一) 교수도 “빈곤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자기책임론’ 때문”이라며 “빈곤은 자기 책임이니까, 성실하게 하고 있지 않거나 게으른 것 뿐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오 니시렌 NPO법인 이사장은 “소위 굶어버리거나, 사는 곳이 없거나 입는 것이 없어 동사해버리는 등 생명의 위험이 있는 것만이 ‘빈곤’은 아니다”며 “일본에서 말하는 ‘빈곤’은 많은 선진국에서 지표로 하고 있는 ‘상대적 빈곤’”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상대적 빈곤 속에 있어도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 빈곤이란 중산층 이하 계층을 지칭하는 것이다. 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 기준으로 밑으로 50%, 위로 15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절대적 빈곤층처럼 각 국가의 최저 생계비 기준에 못미치는 가구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2012년 기준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은 16.1%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높다. 여섯 명 중 한 명이 상대적 빈곤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OECD국가 중 일곱번째다.

일본에서 가정이 있는 어린이 6명 중 1명인 약 325만 명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있다. 
 일본 내각부의 어린이ㆍ 청소년 백서 2015년 판에 따르면 어린이 상대적 빈곤율은 1990년대 중반부터 상승세를 띄다가 2012년 16.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편부모 가정의 아동의 경우 상대적 빈곤율은 54.6%에 달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정부로부터 취학 원조를 받아야 하는 초ㆍ중학생은 약 155만 명으로 전체 학생의 15.64%를 차지했다. 야마노 교수의 저서 ‘아이들에게 빈곤을 강요하는 나라, 일본’에 따르면 일본의 빈곤선 이하 세대소득의 중앙값은 산출하면 월 10만~15만 엔이다. 

야마노 교수는 “12명 중 1명이 그 이하로 살고 있다. 도쿄에서 가족 4인이 15만 엔으로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지적했다. 세금이 공제되고 아동 및 부양 수당을 제공받지만 산업발달과 함께 삶의 일부가 된 ‘문화생활’을 이들은 즐길 수 없다. 남들이 ‘당연히’ 수학여행을 갈 때 여건 상 그렇지 못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성장과정에서 학력, 건강상태, 발육 상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야마노 교수는 “맛있는 밥도 먹을 수 있고, 디즈니랜드에 갈 수 있다. 빈곤가정들도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미래가 바뀌고 학력 등에도 차이가 나 버리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육아지원에 사용하는 예산이 2009년 기준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0.1%에 그친다. 교육예산도 3%에 그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번 방송으로 상대적 빈곤 가정을 둘러싼 인권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네티즌들이 A 씨와 A 씨 가정을 비난하기 위해 신상을 공개하고 집을 찾아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A 씨의 언니는 “왜 빈곤하다고 속였느냐라며 욕을 퍼붓기 위해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집에 찾아오는 것을 중단해달라. 집안의 사진까지 찍어가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논란이 된 고가의 물건들에 대해서도 “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고, 우리 집 소득수준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고 해명했다.

NHK에는 A 씨 가족이 “사치스러운 가정일 뿐”이라며 “낭비벽이 심한 것을 빈곤으로 가장해 돈을 얻으려고 있다”라는 내용의 항의문의가 쇄도해 NHK 측이 이를 해명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후지테레비 아나운서였던 하세가와 유카타(長谷川豊)는 인터넷 블로그매체 ‘블로고스’를 통해 “사치를 줄이고 절약하면 되는 일”이라며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다”라고 A 씨 가정을 비난했다.

/munjae@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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