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보유 주장..먼저 알아야할 것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입력 2016. 8. 3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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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① 핵비보유국도 핵잠수함 가질 수는 있나…규정 없으나 정치적 난제
ㆍ② 한·미 원자력협정 따라 우라늄 20% 농축 가능? 여전히 미국 동의 필요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맞서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독자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 기술적·정치적으로 가능한지, 한국이 핵잠수함을 가졌을 때 어떤 일이 초래되는지 등에 대한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즉흥적, 선동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핵잠수함 보유 가능한가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핵비보유국이 핵잠수함을 갖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 핵잠수함이나 관련 부품이 국제적으로 거래금지 대상으로 통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한국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핵잠수함을 갖겠다고 작정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미관계, 동북아시아 상황, 비확산규범 문제 등 현실적·정치적 난제가 수두룩하다. 현재 핵보유국 외에는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것도 기술적 제약 외에 이 같은 정치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원자력협정과의 관계

한·미 원자력협정은 산업·의료 등 민수용 원자력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규율하는 것이어서 군사무기인 핵잠수함과는 관련이 없다. 핵잠수함에 들어가는 원자로와 핵연료를 미국과 무관한 것을 쓰면 한·미 원자력협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이 20%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개정 협정은 국제 우라늄 시장 교란 등으로 한국의 핵연료 구입이 어려워질 경우 한·미 고위급위원회를 열어 농축 문제를 논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의 동의 없이는 농축할 수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나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핵무장론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하고 이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지역 안정과 균형을 깨는 행위로 보고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에 자극받아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핵무장 주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국제비확산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살 수 있다.

한국의 핵잠수함에서 나오는 핵물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세이프가드) 대상이 된다. 핵비보유국이 핵잠수함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에 IAEA도 핵잠수함에 세이프가드를 적용해 본 적이 없다. 관련 프로토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도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안보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위협을 꺼낼 때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핵잠수함 보유 등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올바른 안보정책인지에 대한 성찰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대응무기 개발로만 치닫게 되면 남북 긴장은 물론 주변국의 군비증강을 촉발시켜 한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핵잠수함 보유는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는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을 한국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역대 정부가 유지해온 지금까지의 북핵 대응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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