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은 자식들"이라더니 고통 외면한 회장님
[오마이뉴스 글:김진우, 편집:김지현]
<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그리고 참여연대가 '나는 자영업자다' 공모를 띄웠습니다. 자영업자의 절절한 속사정,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주세요. <편집자말>
저는 대한민국 자영업자입니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6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자영업의 꿈을 꾸게된 된 계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년 전 동네에서 소문난 맛있는 피자집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작은 피자 가게였지만 20살인 제겐 꿈만 같은 기회였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7살 무렵 예전에 일했던 피자집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기에 며칠 밤을 잠 못 이룰 정도로 설?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영업자의 삶, A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삶이 시작됐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지금은 40세가 됐습니다.
▲ 꿈을 품고 열었던 프랜차이즈 피자집이었지만... 시련이 시작됐다. |
ⓒ pixabay |
▲ 이 계약을 맺은 게 2006년 11월이었다. 2007년 6월까지, 즉 8개월 안에 40평 이상 매장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의 문구가 특약사항으로 들어가 있었다. |
ⓒ 김진우 |
본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자 많은 가맹점주들이 매장을 양도하기도 했고, 남아있는 가맹점들은 수억 원의 돈을 투자하고도 가맹본부에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수억 원을 투자했으니 혹시나 '가맹본부에 잘못 보이면 가맹계약해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노예처럼 본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업 초기에 본사는 로열티·광고비 등을 매장 규모에 따라 징수했지만, 그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지금은 매출액의 7%를 걷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본사에서 공급되는 식자재 상당수는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임에도, 가맹본부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해 중간 이익을 꾀했습니다. 그 때문에 매장의 수익 상황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 회장님의 폭행사건 이후 가맹점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
ⓒ pixabay |
사건 이후, 매장 방문 고객들이 들어왔다가 "여기 피자 먹으면 안 된다"라면서 누군가 폭행사건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곳에서 먹겠다"며 돌아가곤 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전화 주문 중에도 발생했습니다. 너무나도 화가 났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회장님은 가맹본사는 "아버지"라고, 가맹점은 "자식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폭행사건으로 인해 '자식들'이 너무나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스스로를 아버지라 지칭했던 사람은 가맹점들의 절체절명 상황을 외면했습니다. 가맹점 생존을 위해 체결한 '상생협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회장 폭행사건'의 여파로 가맹점들은 점차 폐점 위기로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이젠 매장 손님의 발걸음이 뜸한 시간엔 한숨이 늘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청춘을 다 바쳐 키운, 자부심을 가졌던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을 갖고 견뎌야 할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매장을 닫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듭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피자 가맹점주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저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A피자를 한다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망설여집니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준 게 언제적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가 됐고, 그동안 모아둔 돈도 몇 년째 적자로 인해 모두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은 자금을 융통할 곳이 없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노력한 만큼 매출이 나오는 게 자영업'이라는 말은 옛말에 불과합니다. 21세기 유통시스템의 총아로 불리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노력한 만큼 본사만 배가 불러지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는 20여 명의 직원들과 일을 했는데 지금은 겨우 3명만 유지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매출 하락으로 직원들도 하나둘 떠나가고, 떠나는 직원들을 붙잡을 수 없는 제 자신에게 무력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조만간 폐점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10여 년간 30대의 청춘을 바쳐 일궈낸 것들이 서서히 무너지는 걸 보며 삶에 대한 확신마저도 흔들리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처럼 은행권 대출이 가득차서 이제는 제2금융권 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A피자와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싶지만 대출이 사업자등록과 연계돼 있어 당장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가맹점들이 매월 수백만 원씩 로열티와 광고비를 지불했음에도 회장의 잘못으로 인해 가맹점들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 본사에 대응하는 걸 두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소지으면서 일하고 싶은 바람뿐입니다. |
ⓒ pixabay |
나눔이라는 즐거움을 알았고 저는 더 많은 공부방을 후원하기로 마음을 먹고 공부방을 일곱 군데로 확대했습니다. 직원들은 조금 무리하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나누면 나눌수록 즐거움이 더 커지는 것을 알았기에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달에 60~80판 정도 공부방에 피자를 후원했습니다. 그렇게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피자를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매출 하락으로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곧 폐점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힐 것 같습니다. 14년 동안 지속해오던 피자 후원을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야속합니다. 자영업자 6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법은 너무나 미미합니다. 자영업자들이 생을 포기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도록 보호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합니다.
또한 작은 소망이 있다면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본인들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이에 따르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자금력을 가진 가맹본부는 대형로펌 등을 통해 법률 자문을 구하고 그것을 무기로 가맹점들을 더욱 압박합니다.
가맹점주들은 그에 대응할 경제력도 없고, 매장인원 부족으로 매일 배달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시간 여유도 없어 본사에 맞설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면서 본사에 대응하는 걸 만류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갑(甲)과 을(乙)이 아닌 '진정한 사업 파트너'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공감해줘야 합니다. 600만 자영업자들이 당당하게 미소지으며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자영업자들이 서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걸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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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모 '나는 자영업자다'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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