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 관행깼지만 대주주 책임론 불거질 듯

입력 2016. 8. 30. 22:36 수정 2016. 8. 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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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진해운, 자금지원 불가 결정

‘채권단 지원없이 자체해결’ 확인
“폭탄 돌리기 없이 고통분담 계기”

사재출연한 현대상선과 대비돼
조양호 회장 등 책임피하기 어려워

한진해운 채권단이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을 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현관에 있는 모형선박이 기울어진듯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진해운은 (중략) 정상화 과정에서 필요한 부족자금은 자체 해결하도록 하고 정상화 방안 실패 시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8월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30일 한진해운의 운명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적어도 한진해운과 관련해선 이 원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은영 전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전·현 대주주의 부실경영 책임 묻기와 관련한 논쟁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수출입 운송 차질 같은 경제 여파는 물론 한진해운 1400여 임직원과 다수의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 확인된 구조조정 원칙 케이디비(KDB)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30일 신규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회사와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의 노력에도 신규 자금지원 불가 발표를 하게 된 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권단은 구조조정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은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현대상선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며, 그동안 수차례 밝힌 구조조정 원칙과 근본적으로 상충된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스스로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에 현대상선은 현대증권과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고, 한진해운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충분한 자구안을 내놓지 못해 법정관리의 길을 가게 됐다. 정부는 2014년 이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으로 1조원 규모를 지원했는데, 이는 하릴없이 국민 부담이 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게 장기적으로 최선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해운업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받고도 회생하지 못한 기업들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 원칙이 제대로 세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강임호 한양대 교수(경제학)도 “‘폭탄 돌리기’처럼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대신 공평한 고통분담이라는 원칙이 세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불거진 대주주 책임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위기에 놓이면서 과거와 현재의 대주주로 부실경영에 책임이 큰 최은영 전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책임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의 대주주였던 최 회장은 2014년 경영이 어려워지자 시아주버니인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알짜 계열사를 챙긴 뒤 손을 뗐다. 한때 한진해운에 기대 성장했던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은 물론 한진해운 사옥까지도 현재는 유수홀딩스 소유다.

조 회장은 이런 방식의 경영권 이전은 물론 이후 경영 악화 과정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한진그룹은 30일 대한항공이 유상증자(4000억원), 영구채(2200억원) 등 총 1조25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실제 지원금액은 82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오히려 최근에는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그룹으로 빼돌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한진은 최근 1년간 유동성 어려움에 빠진 한진해운으로부터 베트남 터미널을 비롯해 수익성이 큰 수천억원 규모의 자산을 사갔다. 특히 법정관리로 해운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된다고 해도 자체 영업이 가능한 한·중, 한·일 등 아시아 항로 영업권을 사가서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

결국 최 회장은 2009~2014년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아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렸지만 정작 위기 국면에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조 회장도 ‘육해공 종합물류회사’를 꿈꾸며 한진해운을 떠맡았지만, 막판에는 대한항공 등 기존 계열사 살리기로 돌아선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분석가는 “채권단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처럼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등 좀더 적극적인 자구안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한진그룹은 아무것도 처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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