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낙동강 녹조 생활폐수 탓?..확인해보니

오대영 2016. 8. 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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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팩트체크는 대한민국 국민 5분의 1의 인구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천만 명. 그것도 영남 지역에 사는 분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낙동강 일부 지역에 녹조 경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낙동강물을 식수로 쓰는 인구가 말씀드린 대로 1천만명이 훨씬 넘습니다. 이 사진은 오늘 팩트체크팀에 전달된 현장의 사진입니다. 녹조경보가 내려지지 않은, 내려진 곳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마는, 내려지지 않은 '달성-합천보'구간인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합니다. 그리고 어제 낙동강을 관할하는 경상남도의 홍준표 지사가 "녹조는 축산폐수와 생활하수 때문"이라고 밝혀 논란입니다. 다시 말하면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 발언이 오늘 주제입니다.

오대영 기자와 팩트체크 할 텐데요. 결국 '축산농가'와 도민들의 '생활하수' 때문이라는 얘기에, 즉 거기에 국한돼버리는 것인가 아닌가 하는 거죠? 그렇죠?

[기자]

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어제 낙동강 해당지역에 가서 한 발언인데요.

홍 지사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가축과 생활폐수에 의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축산농가와 경남도민이 내보낸 폐수가 녹조 원인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좌파 주장에 일방적으로 매몰됐다, 4대강은 엉뚱한 소리"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녹조 얘기하다 갑자기 왜 '좌파'라는 표현까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또 그렇게 말씀하시는 측면도 있으니까. 그런데 홍 지사의 말대로라면 폐수가, 녹조 원인이 '폐수' 하나인 것처럼 들리는데요?

[기자]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축산폐수나, 생활폐수를 무단 방류하면 처벌 대상이죠.

그런 범죄행위를 전제로 해서 이 문제를 도지사가 얘기했다는 게 굉장히 놀라운 반응이라는 게 현장에서 나온 얘기들인데요.

저는 실제 폐수 방류 여부를 떠나 구조적 차원에서만 이 발언 분석하겠습니다.

일단 이 지도부터 보시죠. 4대강 사업으로 완성된 낙동강의 8개 보입니다. '보'는 일정 높이까지 물을 가두어놓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치한 장치인데, 가뭄에는 물을 보관할 수 있고, 홍수 때는 빨리 내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녹조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이런 와중에 홍 지사가 '폐수' 얘기를 한 겁니다.

[앵커]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은 늘 하는 얘기이고. '보'로 물을 오래 가두어놓으니 녹조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라는 게 그동안 죽 이어져왔던 환경단체들의 주장이잖아요?

[기자]

그 부분에서 충돌하는 겁니다. 홍 지사는 물이 결코 가둬지지 않았다는 근거로 "4대강 보의 물 체류 일수가 평균 7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이 구간마다 물이 머무는 기간이 7일이라는 얘기입니다.

환경부가 내놓은 2014년 자료를 보면 짧게는 5.7일에서, 길게는 16.5일이었고, 홍 지사가 방문했던 합천창녕보는 6.8일이었습니다.

[앵커]

그건 홍 지사 말이 맞네요?

[기자]

네, 2014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홍 지사 얘기가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앵커]

비가 많이 오면 그 지역의 물을 빨리 빼는 것이고, 가뭄 때는 더 가두어두는 거잖아요. 물을 가두어두는 효과가 있다고 4대강 사업할 때부터 계속 선전했으니까. '평균 7일'이라는 수치가 의미가 있나요? 오히려 낙동강 전체에 물이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 이걸 봐야하지 않느냐. 다시 얘기해서 어느 지역에 더 머물고 덜 머물고 하는 것이 과연 문제가 되느냐 하는 건데요.

[기자]

그게 오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지금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도를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2012년 환경부 시뮬레이션 자료입니다.

4대강 사업 전후의 체류시간을 비교할 수 있는데요, 낙동강 전체로 보면 보 건설 전에 18.35일이 낙동강 전체에서 머물렀던 물 체류 기간인데요, 보 건설 이후 163.94일로 9배나 늘었습니다.

당시에는 예측한 시뮬레이션 결과인데, 실제로 측정된 자료를 보면 75.7일입니다. 이것도 차이가 많이 나죠.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전체를 보면 물 흐름이 크게 느려진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구간별 체류시간'은 근거로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보'가 8개가 설치됐잖아요. 낙동강 전체가 심하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어디 조금 덜 머물고 더 머물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강 전체로 보자면, '저수지화' 됐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죠?

[기자]

오늘 많은 전문가들이 사실상 호수나 저수지 같다, 이게 하천이 아니다라는 얘기까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런 표현까지 썼는데요.

홍 지사는 이 구간을 전체인 것으로 비약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겁니다.

표 하나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낙동강의 녹조 현황인데 8월 1일에는 상류인 상주보에서 녹조가 심했고 저 아래 합천창녕보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17일 뒤에는 상황이 역전됩니다. 하천과 함께 녹조도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지점에서 특정 시점에 보면 안 되고, 전체적인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게 오늘 설명드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앵커]

역전 정도가 아니라 합천창녕보인가요, 여기는 8월 17일에는, 8월 1일의 상주보보다 거의 4배 정도 되는 상황인데, 그러면 "가축과 생활 폐수 때문"이라는 홍 지사의 주장은 어떻게 봐야하는 겁니까? 이게 오늘 핵심일 수도 있는데요.

[기자]

홍 지사는 폐수 얘기를 하면서 그 폐수 안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을 언급했는데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질소와 인이 고온의 물과 결합하여 녹조가 발생한다"

이 부분도 저희가 체크해봤는데요.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녹조는 물리적 요인과 화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될 때 일어납니다.

[앵커]

질소와 인도 저 많은 요인 중에 하나이긴 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홍 지사 얘기도 저 부분 중의 하나로는 포함되는, 나름대로 사실에 근거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이 부분도 봐야 합니다.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의 이 논문은 '유역환경의 변화'를 매우 중요한 변수로 밝히면서, 수백년 걸려야 할 변화가 단기간에 일어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일어난 급격한 변화가 뭐냐, 결국 낙동강을 보면 '4대강 사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다른 변수는 찾기가 좀 어렵다?

[기자]

네, 수백년에 걸린 걸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낙동강에서 '4대강 사업'인데요.

홍 지사가 말한 '폐수'도 물론 녹조 원인 가운데 하나죠. 하지만 그게 전체는 아닙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배제한 점은 국가 연구기관이 내놓은 것과 결과가 다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잘봤습니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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