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의 가계부채 걱정..기준금리 영향은(종합)

김정남 2016. 8. 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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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규제, 총량 연계해 준칙화할 필요""개인사업자대출도 가계부채 포함 관리해야""LTV·DTI 한계..다양한 차원에서 접근 필요"금리 인하 부담..시장도 인하 기대감 옅어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그야말로 난상토론이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면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가계부채 규제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부터 금융당국에 가계부채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해 전달하라는 당부까지 갖가지 목소리들이 나왔다.

한은 금통위의 이런 걱정이 추후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한은 일각에서도 최근 저(低)금리가 가계부채 증가에 일조했다는 기류가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기대와 달리 쉽사리 기준금리를 내릴 여건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도 여전히 있어 변수로 꼽힌다.

◇“LTV·DTI 규제, 총량 연계해 준칙화할 필요”

한국은행이 30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앞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금통위원은 “LTV, DTI와 같은 가계부채 관리수단을 재량보다는 가계부채 총량지표와 연계해 일정부분 준칙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LTV, DTI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나 가계 신용사이클(credit cycle) 순환 등에 근거해 조정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금통위원은 또 “최근 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신용위험 경계감 등으로 대기업대출보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은 부동산 경기 등에 대한 순응성이 높고 자영업자부채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도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데다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 개인사업자대출도 가계부채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B 금통위원은 또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시 대응방안을 마련해 관련당국 등에 의견을 적극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C 금통위원은 “2014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확장국면이 재현되고 있는 만큼 차주별 특성 등 가계부채의 질적 변화는 없는지, 신용위험이 부각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LTV·DTI 한계…다양한 차원에서 접근 필요”

기존 LTV, DTI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LTV, DTI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차원의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한은 관련부서는 “필요시 감독당국과 면밀히 협의하겠다”면서 “통화정책 파급효과가 소비뿐 아니라 투자에서도 일부 제약되고 있음을 감안해 각종 규제 완화 등 연구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한은에 “가계부채관리 협의체 등을 통해 비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거시건전성감독 강화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근 5년간 무주택가계 보다 주택보유가계의 소비성향 하락이 현저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2011~2013년 주택가격 하락 충격을 겪으며 주택보유가계를 중심으로 자신이 보유한 주택가치의 불안정성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면서 “이에 예비적 저축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가격의 불안정성이 증가하자 주로 자산을 주택으로 보유한 장년 이상 가계가 예비적 저축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부연하면서 “잔여수명이 연장된 것도 이를 증폭시킨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부담…시장도 인하 기대감 옅어져

상황이 이렇자 한은 금통위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그만큼 가계부채가 증가할 유인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 한 금통위원은 “지난 6월 이후 은행의 일반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확대됐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전격 내린 직후 7월부터 부쩍 가계부채를 강조한 게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를 희석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엄연히 있다.

시장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와도 맞물려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상승한 1.283%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건 채권가격이 내리는 걸 의미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0.4bp 상승한 1.449%에 마감했다.

다만 금통위 내부가 마냥 가계부채만 염두에 두는 건 아니다. 고꾸라지는 우리 경제를 두고 통화정책의 역할론을 고민하는 분위기도 있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은 SOC 투자 반영되지 않고 집행 시기도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효과가 예상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통화정책 운영방향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 3당의 추경 협상은 꽉 막혔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주광덕 새누리당·김태년 더불어민주당·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막판 타결을 위한 추경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는 31일 또 만나기로 했지만 합의는 미지수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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