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일 만에 막 내린 한진해운, 모두가 패자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내 1위, 세계 7위의 대형 해운회사 한진해운. 4개월 동안 끌던 자율협약이 법정관리라는 결말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재벌 오너까지 모두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여의도 본점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진 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과 다음 달 4일 자율협약이 종료된다는 사실을 한진해운에 즉시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추가자금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한진해운의 앞으로의 행보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5월4일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개시한 이후 119일 만이다.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서 자율협약을 주도한 주체들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동안 물동량이 급감하고 해운업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시장 원칙에 기반을 둔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끝까지 메스를 대지 않았다. 실업자 발생·수출산업 악화 등을 우려한 결정이지만, 결정을 미루는 동안 상황은 악화했고 국민 혈세는 계속 투입됐다. 부실 경영의 원죄가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등 대주주에게 손실 분담을 지우지도 못했다.
채권단과 소통에 실패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패자다. 이날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과 부족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3차례나 논의했다"며 "그때마다 한진의 답변은 5000억원, 5000억원, 5000억원이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준 마지막 세 번의 기회를, 같은 답변만 고수하면서 무산시켰다는 얘기다. 채권단 내에선 조 회장이 상황을 제대로 몰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벌 오너들이 채권은행을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은행은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이 회장은 "최근 조양호 회장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상황을 보는 시각에 상당 부분 차이가 있어 근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초의 상황이 더 나빴던 현대상선은 살아남고, 한진해운은 죽는 모양새가 됐다. 그 과정에서 '자구 노력이 없다면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내, 기업 구조조정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정부·채권단·대주주 등 모든 주체의 한계도 드러나 씁쓸한 상황이 됐다. 이동걸 회장은 "3차례의 협상에서 특별한 진전이 없었던 건 채권단과 한진 측 모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물동량 운송 차질 등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한계들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 대응책을 검토했다"며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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