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한진해운, 경제 후폭풍 우려

박성의 기자 2016. 8. 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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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협회 "부산항 환적물량 감소 시 대량해고 및 17조 손실"..'100조 가치' 원양 루트도 사라질 위기
한진해운 채권단이 30일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임박했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청산될 시 대량해고 및 운임폭등으로 내수경기 17조, 선박루트손실로 100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 사진=뉴스1

기적은 없었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30일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최종 결정될 경우 회생이 아닌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부산지역과 해운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세계 7위의 대형해운사가 청산될 시, 항만업계 종사자의 ‘실직 쓰나미’와 운임폭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74개의 서비스 루트도 사라지게 돼, 100조원 이상의 유무형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대량실직 발생할까"​불안감 휩싸인 부산항

자료=한국선주협회

서울발(發) 한진해운 비보에 부산이 긴장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사라지게 된다면 부산항을 이용하는 외국 해운사가 줄어 환적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부산항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은 탓에 벌써부터 부산시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부산항에서 27년 동안 선박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전삼환(53)씨는 “항구에서 일하던 뱃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뭘 알겠나. 단지 일자리가 걱정일 뿐”이라며 “신문도 잘 안 읽던 아들이 벌써부터 아빠 실직을 걱정한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업황이 지금도 좋지 않아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처리물량 1946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 환적 물량은 52%인 1011만TEU다. 이 중 한진해운 선박이 환적한 물량은 105만TEU로 전체 환적량의 10.4%를 차지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가입한 국제해운동맹(CKYHE)에서도 퇴출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는 부산항 대신 일본이나 중국항만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CKYHE가 부산항에 내린 환적량은 약 292만TEU으로, 한진해운 환적량의 3배에 육박한다.

 

한국선주협회는 환적화물이 줄어들면 부산항만에서만 1000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협회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 청산 시 해운업계에서만 1193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부산항만에서 근무하는 선박관리 및 수리, 터미널, 환적화물 관련 종사자 1154명도 해고 위기에 놓여 총 2347명이 ‘실직 쓰나미’에 휩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이 청산된다면 불특정 다수 화물의 물류중단과 중첩적인 소송으로 서비스 공급 재개가 불가능해진다”며 “한진해운 매출이 소멸되고, 환적화물 감소와 운임폭등을 감안한다면 연간 17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한다. 일자리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서비스루트 소실, ‘제2 한진해운’ 나오기 어려워

 

한진해운에 사망선고를 내린 채권단도 이 같은 피해를 염려하고 있다. 한진 측의 자체 조달자금이 미흡한 상황에서 추가지원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국내 최대 해운사를 소각시킬 시 내수경기에 미치게 될 파급력에는 채권단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한진해운 채권단인 수출입은행의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국내 해운산업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영이 어려워진 해운사를 원칙대로 처리하는 모습이 해외 화주들에겐 하나의 리스크(손실·risk)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칙을 지킨 법정관리가 역으로 국내 해운사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과 비슷한 위기에 쳐했던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와, 3위 해운사 CMA CGM은 자국정부와 채권은행으로부터 긴급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덴마크 정부는 머스크에 자국 수출입은행을 통해 5억2000만달러(5755억원)를 지원하고 정책금융기관이 대출 62억달러(7조원)를 지원했다. 프랑스 CMA CGM은 채권은행과 민간은행 등에서 9억3000만달러(1조2000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양 연구원은 “해운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세계 대형 해운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해외정부들은 해운업 파급력 등을 고려해 무조건 살리고 보자는 입장이었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처할 시) 한국 해운사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원칙대로 파산시킨다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화주들이 급한 화물을 한국 해운사에 맡기겠나”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해운산업 특성상 국내에서 더 이상 ‘제2의 한진해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해운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선과 터미널, 항만을 연결하는 원양 서비스 루트가 필요한데 이 같은 자금과 노하우 등을 가진 업체가 단기간 내에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1988년 대한선주 인수 후 30년에 걸쳐 영업망을 다져왔다. 현재 100여척의 컨테이너선, 11개 터미널, 23개 해외현지법인을 보유 중이다. 또 90여개 항만을 연결하는 74개 서비스 루트를 가지고 있는데 1개 루트를 개발하는데 통상 1조5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해운업 특성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해운사는 세계 해운동맹에서 즉각 배제된다. 보유했던 항로는 자동 소각된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게 돼 74개 루트를 모두 잃게 된다면, 100조원 넘는 유무형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그룹이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의 협조까지 힘들게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한진그룹은 해운 산업의 재활을 위해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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