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軍, 맹장염 환자 수술할수없는 병원 후송 뒤 사망"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믿을 수 없이 처참한 사건을 공개하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한 해 10만명이나 수술을 받는 ‘맹장염’이라는 흔한 병이 있습니다"라며 "이 맹장염에 걸린 군의 현역 하사가 ‘수술할 수도 없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시간을 지체해 뒤늦은 수술과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하게 된 사건입니다"라고 전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에서 어제 유가족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철원에서 근무 중이던 성 하사는 8월17일 자대 의무대에서 흔히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충수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철원에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군 제1병동으로 후송하는 데 40여 분이 소요됐고 여기서 X-레이, CT 촬영 등 검사를 하느라 2시간이 소요됐습니다"라며 "국군 제1병동에 왔을 땐 이미 환부가 터져 ‘천공성 충수염’ 진단이 내려졌습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즉시 수술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국군 제1병동은 8월12일부터 내부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수술실이 폐쇄된 상태였습니다"라며 "군은 고통을 호소하는 성 하사를 다시 앰뷸런스에 태워 수도통합병원으로 2시간에 걸쳐 후송했습니다. 결국 의무대를 떠난 지 5시간여 만에야 수술이 실시됐습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그런데 수술 후 3일 만에 환자에게 급성폐렴이 발생해 군은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위탁진료를 보냈습니다"라며 "서울대병원에서 폐렴치료는 받던 중 ‘장협착증’이 추가로 발생하여 8월25일에는 장협착증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다음날인 26일 성 하사는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가족에 따르면 성 하사가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고, 급성폐렴에 걸려 민간병원으로 긴급하게 후송됐을 때도 군은 가족에게 일절 연락이 없었습니다"라며 "병상에 누워있던 성 하사 본인의 연락을 받고서야 가족들은 사고를 인지했던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참담한 사건입니다. 군의 무성의와 안일함이 성 하사를 죽였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의료사고를 겪고도 군인들의 생명가치를 저평가해왔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조금도 개선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래서는 자식들을 마음 놓고 군에 보낼 수 없습니다. 이래서는 군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충성심을 갖춘 강군을 만들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안보는 가짜안보입니다. 그동안 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획기적인 군 의료체계 개선을 약속했지만 변화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국방부 장관과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답을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저와 정의당은 이 문제를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당의 외교안보부를 중심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해서 그 책임을 가리고 군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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