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회계사 본업은..감사보다 영업?

안재용 기자 2016. 8. 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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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감사보다 영업을 잘 하는 회계사가 인정받는 상황에서 기업 눈치보지 않고 감사하기는 쉽지 않다.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8년차 공인회계사 이모씨의 말이다. 그는 회계사와 영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회계사 개인에 대한 평가가 감사보다도 고객을 얼마나 잘 유치하고 유지하는지에 달려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직접 영업을 담당하지 않는 낮은 연차의 회계사들도 술자리를 다니며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이젠 회계업계의 일상이 됐다.

'클라이언트(고객)의 정년이 끝나면 회계사의 정년도 끝난다'는 말은 이 같은 회계업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년이 없는 전문직이지만 실제로는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에서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로서의 삶도 끝난다는 것이다.

매출에 얽매인 공인회계사가 본 업무인 회계감사에서 소신을 펴기는 당연히 쉽지 않다. 감사에서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려면 해당 기업과 거래를 끊을 각오를 해야한다. 한 회계사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기업과 재계약을 기대하기는 사실 어렵다"며 "특히 오너(소유주)가 창업자인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부담이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 의견을 내려는 기미가 보이는 경우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사는 수사관이 아니다"라며 "의심가는 부분이 있어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기업이 건네주지 않는다면 이를 확보하기는 요원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이 자신들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자유수임제가 현재 국내 상황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유수임제가 일반적인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지배구조 상황과 국내 상황이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기업의 역사가 길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경우가 많아 주주(이사회)가 경영자를 감시하기 위해 실력있는 회계법인을 선정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소유주가 직접 경영까지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 자신의 부정을 밝혀내려는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감사활동을 지원하는 경영자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 회계업계도 제도 개혁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회계제도 개혁 TF 제1차 회의'를 열었다. 회계업계는 감사인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정감사제 확대 등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10여년 전 대우그룹과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대규모 회계분식 사건의 피해자는 결국 일반 주주와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감사를 열심히 하는 회계사가 성공하고, 성실한 감사가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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