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때 장부 지워버린 직원, 이유 들어보니..

윤영준 입력 2016. 8. 30. 10: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 공모 - 나는 자영업자다] 직원들의 행태에 사장님들은 웁니다

[오마이뉴스 글:윤영준, 편집:김지현]

<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그리고 참여연대가 '나는 자영업자다' 공모를 띄웠습니다. 자영업자의 절절한 속사정,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주세요. <편집자말>

저는 유통업을 하고 있는 작은 회사의 사장입니다. 15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며 판매합니다. 이 일을 한 지 6년째입니다. 직장인이었을 때보다 몸이 고단할 때도 있지만 늘 일은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장사를 하며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가끔 듣습니다. 매출이 줄어 들어도, 진상 고객이 혼을 다 빼 놓을 때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괜찮은데, 오랫동안 맷집을 키워도 아직도 두려운 일이 있습니다. 바로 '직원' 때문에 말썽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노동법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사 사무실은 불황 중 호황이라고 합니다. 그간 이 사회에서 사업주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컸는지 모르는 바 아닙니다. 저 역시 회사를 다닐 때 회사와 사장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노동법과 관련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안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

 퇴사 때 파일 지우고 나간 직원... 이건 좀 아니죠.
ⓒ 김지현
자영업을 하다 보니 주위에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사례를 전해드립니다.

A사장님은 중소기업 고용 지원을 받아 추천 받은 직원 한 명을 채용했었답니다. 22살의 직원이었는데 업무하는 내내 너무 심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신입인데 일을 배울 생각은 않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보통은 눈치가 보여서라도 적당선을 지킬 텐데 이 직원은 유별났습니다. 알고 보니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말수도 없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너무 심각해서 권고사직을 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찰나, 출근한 지 열흘 째 되던 날 그 직원은 문자로 "일을 그만두겠으니 열흘 일한 거 계좌로 보내 달라, 안 그러면 노동청에 신고할 거다"라고 통보했답니다. A사장님은 어이가 없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서 수습기간에 해당 하는 금액을 송금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은 "최저임금이 얼만지도 모르시나보죠? 차액 더 입금 해주세요, 안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라고 답장했습니다. A사장님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이럴 수 있을까 싶어서 속을 끓다가 어쩔 수 없이 돈을 입금해줬다고 하더군요.

B사장님은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그간 자기가 만들어 놓은 엑셀 장부를 다 지우고 나갔다고 합니다. 업무 인수수인계 받은 직원이 뒤늦게 서야 그 사실을 알려줘 미납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파일을 복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은 "내가 일했던 건 다 지우고 나오는 것"이라면서 "복구 프로그램을 쓰세요"라고 대응했다고 합니다.

얼마 후, 노동청에서 B사장님에게 출석 요청을 보냈습니다. 직원이 신고를 한 것이지요. 출석한 B사장님이 상황을 설명하자 중재를 하시던 분은 "밀린 임금은 깔끔하게 지불하시고, 이 직원은 경찰에 신고하라"라고 했답니다. 어떻게 자기가 채용했던 직원을 신고할 수 있나요. B사장님은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는 회사 비품을 자꾸만 훔쳐간다는 의혹을 사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사실 작은 회사에서는 뭐가 얼마나 없어졌는지 한눈에 다 보입니다. 하루는 제 개인물품(건강식품, 볼펜)까지 없어지는 걸 감지했습니다. 어느날, 의혹을 사고 있는 한 직원의 가방이 열려 있었고, 저는 지나가다가 우연치 않게 가방 속을 보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큰 가방엔 회사 간식부터 비품들까지 가득하더군요.

이 사실을 드러내 서로 얼굴 붉히면 더 좋지 않을 것 같아 그 직원에게 "우리와 맞지 않는 것 같다"라면서 조용히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그 직원은 왜 자신이 잘리는지 모르겠다며 항의하더군요.

다른 한 직원은 입사 첫날부터 4대보험 가입에 굉장히 신경을 쓰더니 6개월이 되자, 사정이 생겨 그만두게 됐다면서 '실업 급여'를 꼭 받게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일도 성실히 하고 특별히 잘 키워보겠다고 작정한 직원이라 제가 받았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과연 자영업자 사장님들을 고용주라면서 '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좋은 직원이 많은 것처럼 '좋은 사장'도 많습니다

 좋은 직원이 많은 것처럼 좋은 사장도 많습니다. 무조건 나쁜 건 아니죠.
ⓒ pixabay
약자를 감싸야 하는 것, 맞습니다. 법안이 좋은 쪽으로 바뀌어 노동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건 분명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고용주를 보호하는 법이나 노동법을 악용하는 직원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합니다. 이를 악용하려는 직원들에게 자영업자는 속수무책입니다.

더군다나 일 하는 시간에 흔히 이뤄지는 '근무태만'에 대한 규제도 없습니다. 대가를 받고 일을 하기로 한 시간에 딴짓을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면 졸지에 '치사한 사장'이 되고 맙니다. 문제는 회사가 '시간을 때워야 하는' '퇴근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처음부터 마음 먹고 들어오는 직원들입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언론이, '고용주는 악랄한 사람' '회사는 가기 싫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부정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된 '말썽 부리는 직원'은 소수일 뿐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직원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악덕한 고용주도 소수일 뿐입니다. 모든 고용주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문제 아닐까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큰 탈 없이 회사가 굴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직원이 그만두면? 새로운 직원을 뽑게 되면? 입사를 앞둔 새내기 직원처럼 사장도 긴장됩니다.

진상 고객, 진상 상사, 진상 사장에 대해서 사람들은 보란 듯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업주는 진상 직원에 대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합니다. 내 얼굴에 침 뱉기요, 아랫사람을 흉 보는 것 자체가 교양 없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속만 삭히다가 가슴으로 피를 철철 흘리는 사장님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이해는 한쪽만 하는 게 아닙니다. 사장과 직원이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사람 쓰는 게 가장 힘들다 하시는 모든 자영업 사장님들을 응원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나는 자영업자다 응모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