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가 '저출산 문제' 이례적으로 강조한 이유

유엄식 기자 2016. 8.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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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동력, 통화정책 파급력 등 감안한 발언.."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보다 더 풀기 어렵다" 밝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미래 성장동력, 통화정책 파급력 등 감안한 발언…“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보다 더 풀기 어렵다” 밝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문제보다 훨씬 더 풀어나가기 어려운 과제다. 앞으로 역점 과제로 생각하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주말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옐런 연준(Fed) 의장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시장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에서 어찌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그러나 단순히 이렇게 짚고 넘기기에 이 총재의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평소 정부 대책을 존중하고 협력을 강조했던 그였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고령화 속도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해 그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난임 시술비 지원을 확대하고 남성 육아휴직수당을 인상하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단기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비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총재는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사와 연례협의 결과를 소개하면서 “협의단이 세 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미 연준(Fed) 금리인상, 가계부채, 인구고령화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인구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현재 13.0%에서 2050년 35.9%로 증가해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 3704만명을 정점으로 내년부터 감소세가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세계 최저수준 출산율(1.24명)이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지금보다 생산가능인구가 10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복지지출이 필요한 노인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생산가능인구는 빠르게 줄어 성장잠재력이 악화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4.8~5.2%에서 2015~2018년 3.0~3.2%로 낮아졌다.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간연구기관들은 이미 2%대 중반대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졌다고 추정한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쓸 수 있는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사용했을 때 물가상승 등 부작용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 성장률이다.

이를 감안하면 잠재성장률 2%대 하락은 정부와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아무리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펴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한은이 2013년 이후 거듭된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1.25%까지 떨어졌으나 저물가·저성장 국면이 바뀌지 않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 총재의 이번 발언은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 파급력도 줄어드는 어려운 현실의 근본적인 이유가 인구구조 문제에 있다고 보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거시경제 수장으로 안정적인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저출산 대책 전담 장관직을 신설한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바뀌어도 20~30년 장기 과제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도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 학계 등과 진지하게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 29일 고령화·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안정처 장관'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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