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반, 기름 반.. 하나둘 문닫는 주유소

김승범 기자 입력 2016. 8. 30. 03:10 수정 2016. 8. 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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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과잉경쟁 애물단지로.. 6년새 1000곳 문닫아] 적정 숫자 7000~8000개인데 현재 1만2000여곳 생존 전쟁 주유소당 영업이익률 1% 수준 편의점·커피숍 입점시키고 인건비 줄이려 셀프로 전환도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남1문 건너편에서는 건물 신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주유소가 있던 자리지만 내년 1월이면 이 자리에 수입 자동차 전시장이 문을 연다. 여기서 북쪽으로 900m를 가자 다음 달 개점 예정인 2층짜리 커피 전문점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도 원래 주유소가 있었지만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부근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관계자는 "오금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1.5㎞ 안에 주유소 20곳이 몰려 치열한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경쟁에서 견디지 못하는 주유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가 문을 닫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2071개로 작년 말 이후 반년 만에 100개 이상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전국의 주유소 수가 1만2000개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주유소가 가장 많았던 2010년(1만3004개) 이후 1000개가 문을 닫는 것이다. 조길환 한국주유소협회 서울지회 사무국장은 "1990년대까지는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통하던 주유소가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수보다 5000개 정도 많아

주유소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과잉 경쟁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가 포화 상태이고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해졌다"며 "공급받은 가격보다 석유 제품을 싸게 팔면서 제 살을 깎아 먹는 주유소까지 생겨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적정 주유소 수를 대략 7000~8000개로 보고 있다. 1995년 주유소 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서 늘기 시작한 주유소는 2010년 1만3000개를 돌파했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5000개 정도가 초과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가 휘발유 값을 L(리터)당 100원씩 떨어뜨리겠다며 도입한 알뜰주유소도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말 1호점이 생긴 이후 지난 6월 현재 1150개가 영업 중으로 올해 들어서도 5개가 늘어났다. 여기에 모바일 기기 발달로 유가 정보 검색이 쉬워지면서 소비자들은 한결 똑똑해졌다.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값이 싼 주유소에 몰리자 주유소들은 너도나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주유소 업계는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서 고정적으로 붙는 세금 비중이 60%가 넘기 때문에 마진을 남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주유소협회가 주유소에 대한 경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주유소당 영업이익률은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원 다각화해야"

경영난이 심해지자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운전자가 직접 기름을 넣는 셀프 주유소로 바꾸는 곳도 늘고 있다. 셀프 주유소는 2014년 1769개로 전체 영업 주유소의 14%를 차지했지만 6월 말 현재 2198개로 늘어나며 비중도 17%로 올라갔다. 리모델링을 통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커피숍 등을 입점시키는 주유소도 증가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부터 주유소 경영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2014년에도 실태 조사를 실시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주유소의 경영난은 기본적으로 시장 경쟁에 따른 결과인 만큼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주유소 문을 닫고 싶어도 수억원에 달하는 토양 정화 비용 때문에 폐업이 어려워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관련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정부는 상황이 어려운 주유소의 폐업이나 업종 전환을 지원하고 주유소도 세차 등 서비스 강화와 주유 외 분야로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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