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완공 월정교, 국적 불명의 다리

허윤희 기자 2016. 8. 3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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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古都 훼손될 위기] [中] 발굴 때 나온 목재·기와 근거로 누각형태 다리로 추정하고 복원

경북 경주시 인왕동 남천 위에는 국적 불명의 다리 하나가 들어서 있다. 길이 66.15m, 폭 9m. 내년 연말까지 문루(門樓) 공사가 완공될 월정교(사적 제457호)다. 신라왕경 핵심 유적 정비·복원 사업의 '1호'. 2025년까지 522억원 예산을 들여 월정교를 복원하고 주변 유적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황룡사 복원 등 향후 사업에 선례가 되기 때문에 시작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다리의 실제 모양에 대한 고증이 엉터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일신라 전성기인 경덕왕 19년(서기 760년) 축조된 월정교는 신라 왕궁인 월성과 남산을 잇는 경주의 대표 다리로 교각 가장 아랫부분의 기초석만 남아 있었다. 지난 1980년대 발굴 조사에서 나온 목재와 기와 조각으로 볼 때 석조 다리 위에 기와로 된 지붕이 있는 누각(樓閣) 형태의 다리였다고 추정해 복원 공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8세기에 만들어진 월정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다리 위 양쪽에 2층 누각을 짓겠다는데 월정교가 그런 모습이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의 설계안은 중국의 누교(樓橋)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규모가 크고 주변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은 "석축 터와 교각 받침, 기와 조각만 발견됐는데 어떤 형태였는지 정확한 근거 없이 복원이 추진된 사례다. 신라 시대 다리인지 아닌지 국적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강현숙 동국대 교수는 "문루까지 고려하면 월정교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다리는 월성의 부속 시설인데 주객이 전도되는 형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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