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임박한 한진해운..5대 쟁점

안대규 입력 2016. 8. 29. 18:46 수정 2016. 8. 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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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대규 기자 ]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주최한 ‘해양 강국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법정관리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의 처리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①한진해운 파산하면 해운대란?    
"해운 운임 폭등…화주, 7조 이상 손실 볼 수도"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여부를 놓고 해운업계와 채권단이 대립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운임 폭등과 환적화물 감소 등으로 해운업계, 부산 항만업계 등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채권단은 세계 선박 공급과잉 상황이라 운송에 차질이 없고, 국내 2위 선사인 현대상선을 통해 경제적 손실을 대부분 만회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파산할 경우 해운 운임이 폭등해 국내 화주들에 연간 7조4500억원의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주협회는 해운업계, 항만 연관업, 터미널 수입감소 등 총 17조원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23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상선을 통해 한진해운 부재에 따른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운임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주협회가 추산한 한진해운 부재 시 운임료 인상분(7조4500억원)은 올해 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남아메리카 노선 운항 중단에 따른 운임료 인상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남미 노선 운임 인상은 글로벌 선사들이 남미지역 적자 노선을 정리하고 기항을 기피한 영향이 컸다”고 주장했다.

②부산항만 위기 맞나    
"환적화물 일본에 뺏겨" vs "현실성 없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제3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소속의 일본 선사 3곳이 부산항에 들어올 의무가 없어진다”며 “부산항의 환적화물을 상당 부분 일본 항구에 뺏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라 △부산항만의 한진해운 관련 선박관리·수리·보험업체 수입 감소(연간 400억원) △터미널 수입 감소(3100억원) 등 항만 유관업계 피해액이 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선주협회의 집계는 내년 4월 디 얼라이언스 출범 후 소속 해운사(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3대 선사, 대만 양밍)가 모두 부산항을 환적기지에서 제외한다는 가정을 한 것이어서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수출물동량 7위 국가로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에서 미주로 화물을 운송할 때 부산항을 거치지 않으면 대다수 컨테이너선을 비운 채 가야 한다”며 “현실성이 없는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③현대상선 1개로 충분?    
배 늘려 한진해운 공백 메울지가 관건

김영무 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보내는 대신 현대상선과 합병한다면 5~10%의 원가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국제 해운시장에서 입지를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합병이라는 것은 회사의 실체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상기업이 아니라 부실기업이 법정관리 후 파산에 들어가면 합병할 방법이 없다”고 일축했다.

선주협회에선 규모면에서 세계 9위인 한진해운의 선복량(선박보유량)이 60만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16위인 현대상선(40만TEU)의 1.

5배에 달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메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현재 부채비율 200%의 우량 해운사”라며 “용선을 통해 당장 한진해운이 가진 선복량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④대우조선 살린 정부, 한진해운은 포기?
입지 좁아진 산업은행 '소방수' 역할 부담

채권단은 한진해운 지원을 안 하는 것일까, 못 하는 것일까. 해운업계가 국책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추가 자금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과거 위기 기업의 ‘소방수’를 자처하던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에 5조원대 부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이 사회적으로 비난 대상이 되면서 산업은행도 그 역할을 포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관심사에서 한진해운이 대우조선해양보다 뒤로 밀린 것은 정치적 타격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문을 닫으면 4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쏟아진다. 거제를 비롯한 경남 지역의 민심 동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의 청산으로 나올 실업자는 전국적으로 1900여명 수준이다. 표심에 영향을 받는 정치권이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만 관심을 갖자 채권단도 한진해운 회생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⑤조양호 회장은 왜 억울한가
2조 지원했지만…업황 악화 속수무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은 2014년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약 2조원을 쏟아부었다. 알짜 자산인 에쓰오일 주식을 매각했고, 대한항공도 영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에 한진해운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1100%에 육박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약 6~8월 해운시황이 악화되지만 않았다면 한진그룹의 5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조 회장의 책임도, 채권단의 책임도 아니라 시황 악화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인수합병(M&A)업계 전문가는 “조 회장이 2014년 한진해운을 떠안지 않고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돈을 넣었더라면 자금지원 효과가 극대화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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