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자유에 빠지다

이지혜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사진제공 노명호 2016. 8. 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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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아AFIA 노명호 대표

바다를 좋아하던 평범한 연구원이 있었다. 어쩌면 남들 눈엔 자기 생활을 즐기는 멋진 직장인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항상 더 깊은, 더 넓은 바다를 꿈꿨다. 5년여 간 몸담은 직장에 사표를 던졌을 때, 모두가 뜬금없다 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바닷속에서 짧게 느끼던 자유를 오롯이 즐길 차례였다. 아시아 최초,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성취한 1세대 프리다이버 노명호의 이야기다.

트레이너, 심판, 교수, 코스디렉터 등 수식어가 많아요. 현재는 프리다이빙 트레이너이자 국제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국내 최초로 수원여대에서 프리다이빙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전공 교수로 강의에 나가요. 세계 최대 다이빙 협회인 PADI의 코스디렉터기도 해요. 이 모든 걸 포함하는 건 다이버겠죠? 아무리 다양한 일을 한다 해도, 제 근간은 바다이며 다이빙이니까요. 다양한 일을 하시는 만큼 걸어오신 길이 특별하다 들었어요. 특별하다기보단 한국에 프리다이빙이 전혀 없던 시절, 제가 1세대로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상징적 일 거에요. 98년에 스쿠버를 시작했어요.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접했죠. 울릉도에서 보름간 바다에 뛰어들 만큼 그 매력에 푹 빠졌어요. 그러다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을 다녔어요. 화학을 전공해 연구원이 됐죠. 직장 생활하며 주말마다 동호회 활동을 했어요. 그땐 다이빙 동호회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일 뿐만 아니라 장비 대여가 비쌌어요. 때문에 스쿠버를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프리다이빙을 익혀야 했어요. 자연스레 스쿠버보다는 프리다이빙에 가까워지셨겠네요. 맞아요.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보니 장비 없이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프리다이빙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당시 한국엔 프리다이빙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기관이 없었죠. 갈증을 느꼈어요. 회사생활과 병행해보니 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더군요. 결국, 사표를 냈죠. 필리핀과 이집트 등 다양한 곳을 떠돌아다녔어요. 아니, 다양한 곳에 뛰어들었다는 말이 더 맞는 걸 지도요. (웃음) 이집트에서 오래 머무르셨다고요. 이집트 다합에서 홍해를 마음껏 느꼈죠. 다합엔 육지와 인접한 곳에 블루홀이 있어요. 프리다이버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죠. 블루홀엔 수심이 갑자기 100m 이상 푹 꺼지는 곳이 있는 싱크홀이 있어서 더욱 쉽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이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집트에 눌러앉게 됐어요. 1년 가량 그곳에서 다이빙했죠. 세상에 넓어진 기분이었어요. 저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더군요. 그들에게 호흡법과 제대로 된 프리다이빙을 배웠어요. 인스트럭터 자격증까지 획득했죠.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홍해에서 수심 70m 기록을 세웠어요. 국내 최초 기록이었죠. 2010년엔 당시 세계 챔피언이던 움베르토 펠리자리에 의해 주최되는 Apenea Academy 강사 트레이닝에 합격하며 국내 최초 국제 공인 프리다이빙 강사가 됐어요. 2012년 필리핀에선 AIDA 국제 프리다이빙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대회 입상을 거뒀어요. 제 자랑 같지만 (웃음) 최초 기록을 많이 보유했죠. 세계 최초로 스쿠버 코스트렉터이자 프리다이빙 인스트럭터 트레이너 자격증을 동시에 보유하기도 했죠. 다이빙에선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요. 저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기록을 세우는 선수들이 훨씬 많은걸요. 저를 거쳐간 프리다이빙 교육생만 800명, 인스트럭터는 50명에 달하는걸요. 제 기록을 앞서나간 친구들도 있고요. 한국 공식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2010년 설립한 프리다이빙 교육기관인 아피아AFIA의 수장으로 안전하고 즐거운 프리다이빙을 전파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AFIA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나요?프리다이빙 교육 센터죠. 다이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교육이에요.

다이빙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 동호회에서 다이빙을 즐기다 안전사고가 종종 있었죠.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익히고 무조건 2명 이상과 함께 다이빙해야 하는 룰을 모르고 생긴 일이에요. 그래서 안전 교육에 가장 힘을 쏟고 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죠. 장비 대여 업체들도 베이식 안전 교육을 받지 않으면 대여가 힘들 정도니까요.센터를 운영하시며 가장 힘든 점이 있을까요?프리다이빙에 대한 시설적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점이 항상 아쉬워요. 서울 시내에 잠수풀은 고작 2개에 불과하죠.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엘리트 교육의 개념이 커요. 모두 잘하는 것보다 한두 명의 기록에 힘쓰는 형국이죠. 프리다이빙도 마찬가지예요. 모노핀이라는 다이빙이 전국체전 종목에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실 거에요. 그런데 모노핀을 연습하기 위한 장소는 아주 적죠. 선수가 아닌 이들은 비싼 가격에 수영장을 대여해야 해요. 전국체전 종목에 있는 스포츠가 정작 대중화되진 못하는 상황이에요. 수영장의 인프라 개발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다이빙 포인트는 어딘가요? 두말할 것 없이 제주도에요. 웅장한 바위가 굉장히 남성적이면서도 연중 15도 이상을 유지하는 높은 수온으로 다양한 연산호를 볼 수 있죠. AFIA 역시 제주도에 센터를 두고 있어요. 교육을 위해 자주 가지만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아름다움은 항상 새롭죠. ‘왜’라는 질문을 안 할 수 없네요. 왜 다이빙하시나요.자유로우니까요.

아무런 장비 없이 자유롭게 내려가 제 한계와 부딪쳤을 때, 그 한계를 이기고 올라왔을 때의 쾌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라면 더욱 행복하죠.

이지혜 기자|사진 양계탁 기자|사진제공 노명호 / hye@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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