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우병우 대 조선일보의 혈투, 5가지 시나리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입력 2016. 8. 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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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칼럼] 박근혜 정부에 정치적 파산 선고 내린 조선일보…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미디어오늘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조선일보가 지난 7월18일자에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의 처가 부동산 매각 과정에 얽힌 의혹을 크게 보도한 뒤 많은 언론매체가 ‘우병호 게이트’에 관한 사실들을 경쟁적으로 취재해서 내보냈다. 청와대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는 주장을 거듭하자 조선일보는 8월17일 박근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 날짜 사설 “검찰은 ‘우병우 비리 의혹’ 왜 수사하지 않는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현재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의 현직 비리만 조사할 수 있어 강남 땅 매매 의혹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검찰도 손을 놓고 있다. 기업이 훗날의 배려를 기대하고 검사에게 재산상 이익을 안겨줬다면 현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뇌물로 간주할 수 있다. 대통령이 우 수석을 끝까지 감싸고 도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이 뚜렷한 범죄 정황을 보고서도 구경만 하고 있는 배경을 도무지 알 수 없다.”

‘뚜렷한 범죄 정황’이라는 말은 실질적으로 우병우를 ‘범죄자’라고 단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월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참모진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재원 정무수석, 박 대통령,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현대원 미래전략수석. ⓒ 연합뉴스
특별감찰관 이석수가 8월18일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우병우를 수사해 달라고 검찰총장에게 의뢰하자 같은 날 곧바로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공동대표를 포함한 3명이 이석수를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감찰 내용 누설’)로 처벌해 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기득권세력과 좌파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8월22일자 사설 “측근 의혹, 공천 개입 문제가 다 ‘저항·비판’이라는 대통령”을 통해 박근혜를 향해 거센 비판을 가했다.

“(···) 친박들과 청와대 정무수석의 당내 공천개입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이 유감을 표하지 않고 오히려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총선을 그르친 오만과 아집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 대통령이 처한 난국은 자초한 측면이 많다. 다 같은 사실을 모두가 아는데 박 대통령의 여당 내 편 가르기와 편중 인사,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을 굴복으로 여기는 태도를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조선일보가 ‘우병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뒤 언론계에서는 특정 언론사 고위간부의 ‘비위’에 대한 증거를 사정기관이 확보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 매체가 조선일보이고 고위간부가 그 신문사의 ‘편집인 겸 주필’이라는 사실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사람은 ‘친박 강경파’로 알려진 새누리당 의원 김진태였다. 그는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9월6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영국의 한 항공사 소속 전세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승무원을 제외한 탑승객 7명 중 남상태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을 제외한 민간인은 2명뿐이었다”며 “한 명은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이고, 또 한 명은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당시)이었다”고 밝혔다. 김진태는 “해당 언론사는 해외 출장 전후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아주 우호적인 사설을 게재했다”며 “망해 가는 회사의 CEO가 민간인까지 데리고 8900만 원짜리 초호화 전세기를 사용했으니, 극단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이자 부패세력의 부도덕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의 부패 고리에 대해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27일자 언론매체들에는 ‘해당 언론사’는 조선일보사이고 ‘초호화 전세기’를 타고 갔던 ‘민간인’은 그 회사의 ‘S씨’(또는 ‘ㅅ씨’)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김진태의 기자회견 내용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고, 문제의 ‘S씨’는 경영기획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공식 초청으로 출장 취재를 간 것”이라며 “김 의원이 말한 우호적인 사설은 현지 취재를 가기 전에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8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유력 언론사 고위 간부의 유착 의혹 제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력 언론사의 언론인이 대우조선해양의 호화 전세기에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포커스뉴스
김진태가 폭로한 자료에 나오는 박수환은 2011년 9월 S씨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상태의 연임 로비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수사를 받다가 지난 26일 구속되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는 박수환과 ‘부정한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S씨를 검찰이 곧 소환해서 조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왜 박근혜와 ‘청와대 2인자’라고 불리는 우병우를 상대로 끝을 알 수 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을까?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저지른 온갖 실정과 악정을 비판하면서 근본적으로 바뀌게 하려고 그렇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조선일보는 2012년 대선 시기에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이 저지른 불법행위, 세월호 참사, 농민 백남기에 대한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 발사’,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이정현이 저지른 ‘KBS 보도지침 사건’, 최근에 나라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는 ‘사드 배치’ 등에 관해 박근혜를 비판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유독 ‘우병우 의혹’에 대해서만은 청와대를 상대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극한적 싸움을 끈질기게 하고 있을까?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박근혜가 이대로 나가면 2017년 대선에서 수구보수세력의 패배는 자명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조선일보의 논조와 기사가 박근혜에 대한 극렬한 비판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지난 4·13총선 직후부터였다. 4월14일자 사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이 그 신호탄이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에는 인사 실패를 거듭했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불통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박 대통령 주도로 선진화법을 만들어 주요 국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매번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도 국민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국회 탓만 했다. 이제 국정 주도력이 국민 불신을 받음으로써 사실상 임기 말 레임덕이 그 어느 정권보다 빨리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바로 이 사설로 박근혜에게 ‘정치적 파산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민족지’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일제강점기 말에 저지른 친일반민족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상세한 내용은 <조선일보대해부 1권> 참조) 조선일보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수구보수정권을 일관해서 철저하다고 할 정도로 ‘대변지’ 구실에 충실했다. 그런데 근자에 유독 박근혜에 대해서만 칼날을 세우는 까닭은 앞에서 말했듯이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정치세력과 ‘한 배’를 타고 온 조선일보가 공멸할는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박근혜·우병우 대 조선일보의 혈투’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아래와 같은 가설(假說)에서 해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① 우병우가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검찰이 특별감찰관 이석수는 기소하고 우병우에게는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와 우병우는 ‘떳떳한’ 자세로, 그동안 조선일보가 펼쳐온 공격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검찰이 S씨를 수사해서 기소하도록 할 것이다.

② 설령 편집인 겸 주필이라는 신문 제작 최고책임자가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조선일보사 구성원들은 이렇게 반발할 것이다. ‘왜 고위간부 한 명의 위법행위 때문에 우리 모두가 부패기득권세력이라고 매도를 당해야 하는가? 기자, 업무사원으로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패행위를 했는지 증거를 대보라.’

③ ‘박근혜·우병우 대 조선일보의 혈투’에서는 당분간 그 어느 쪽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년 봄부터는 여권과 야권에서 치열하게 경선이 벌어진다. 조선일보는 박근혜가 음양으로 지지하는 인물이 후보가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면서 수구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되어 당선되도록 그 신문의 장기인 ‘프레임 짜기’를 비롯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④ 박근혜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조선일보는 ‘패배’를 자인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조선일보가 야당지로 변신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⑤ 조선일보가 강력히 밀어준 후보가 당선되면 이 신문은 박근혜 집권 시기에 벌어진 온갖 실정과 악정을 응징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주도할 것이다.

위의 다섯 가지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진정한 민주화와 민족의 평화공존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면 박근혜·우병우와 조선일보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당연히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뉴스타파>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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