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여동생 꼭 껴안은 채 숨진 아홉 살 언니

고정애 2016. 8. 2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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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지진 동생 살린 소녀 장례구조대원 "우릴 용서해주렴" 편지7년 전 지진 악몽 잊으려 이사 왔다18개월 된 딸 잃고 살아남은 여성도

“안녕, 꼬마야. 너를 꺼내기 위해 손을 내민 아저씨야. 우리가 늦게 도착한 걸 용서해주렴. 그러나 정말 너를 구출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알아주길 바라.”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의 아스콜리 피체노의 체육관에서 열린 지진 희생자 장례 미사엔 35구의 관이 놓였다. 이중 하나에 놓인 편지다. 안드레아란 이름의 구조대원이 9세 소녀인 줄리아 리날도에게 남긴 글이다. 그는 “(구조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천사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아. 넌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될 거야. 바이, 줄리아”라고 덧붙였다.

줄리아는 부모, 여동생 조르지아(4)와 함께 외가인 페스카라 델 트론토를 찾았다가 지진을 만났다. 부모는 부상한 채 탈출했는데 자매는 갇혔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줄리아가 동생을 안고 숨진 상태였다. 조르지아는 입에 흙이 가득했으나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17시간 만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구출된 소녀’로 전 세계에 타전된 그 아이였다. 당시 구조대원들은 “언니가 동생을 보호하려는 듯 껴안고 있었다. 언니의 몸이 감싼 덕분에 동생이 살았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조르지아의 네 번째 생일이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구출된 이후 큰 충격에 빠진 조르지아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장례 미사의 관 35구 가운데 가장 작은 흰색 관에는 생후 18개월인 여아 마리솔 피에르마리니의 시신이 안장돼 있었다. 마리솔의 어머니 마르티나는 2009년 3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 중부 라퀼라 지진에서 살아남은 뒤 그 기억을 잊기 위해 페스카라 델 트론토로 이사했으나 또 한 차례의 지진으로 어린 딸을 잃는 불행을 겪게 됐다. 마르티나와 남편 마시밀리아노는 마리솔과 함께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지오반니 데르콜레 주교는 장례미사에서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애도와 포옹, 기도뿐”이라며 “고통스럽다고 비명 지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그렇다고 용기를 잃지도 말아라”고 당부했다. 이어 “함께 힘을 모아 우리들의 집과 교회, 공동체를 재건해야 한다”며 “삶이 재개되고 종탑이 다시 울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미사엔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총리도 참석했다. 렌치 총리는 미사가 끝난 뒤에도 90여분간 체육관에 머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조르지아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인형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 27일로 ‘골든 타임’이 지났다. 구조가능성이 높은 72시간이다. 지난 24일 규모 6.2의 본진 이후 1300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에도 4.2의 지진이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실종자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24일 저녁 이후엔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291명이고 실종자도 1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마트리체에서만 230여 명이 숨졌다. 루마니아에선 자국민 16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혀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한 부상자 400여 명 중 40명이 중상자다. 2000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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