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륵 된 '마이너스 통장' 어쩌나

박기주 2016. 8. 28. 16: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여파' 올들어 5.1조 증가통장 총한도액 대출자산으로 분류실제 고객 사용 금액은 50% 불과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30대 직장인 김씨는 최근 급히 돈을 사용할 곳이 필요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알아봤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개설 한도 내에서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김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씨가 은행을 찾았을 때 해당 은행은 소득심사 등 계좌 개설에 깐깐한 심사를 적용했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로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한 이유도 있지만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은행에 ‘계륵’ 같은 존재가 돼서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 계좌가 늘수록 오히려 수익에 도움은커녕 손해만 나는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하면서 김씨처럼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사용하는 개인 고객이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대출 증가액만 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은행으로서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전체가 대출로 분류된다. 따라서 은행은 한도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마이너스 통장의 특성상 대출자가 한도를 한번에 다 쓰는 경우는 드물어 실제 마이너스 통장으로 얻는 수수료나 대출이자 수익보다 충당금 적립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이 깐깐한 심사기준을 적용하며 소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대출 금액 해마다 늘어

28일 한국은행 통계로 지난 7월 말 기준 마이너스 통장 가계대출 잔액은 166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 한해 전체 증가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서 추산하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총 규모는 같은 기간 326조원이다. 현재 은행 평균 마이너스 통장 대출 평균 한도 소진율을 50%다. 326조원에서 166조원만 사용하고 160조원의 한도는 남아 있는 셈이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 증가액은 최근 들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엔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13년 2조8000억원 △2014년 1조9000억원 △2015년 8조원 등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은행과 계약을 맺어 한도를 정해놓고 그 한도 내에서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다만, 그 편의성 때문에 일반 신용대출보다는 0.5% 포인트가량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이러한 마이너스통장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로 해당 상품의 금리가 3%대 초반으로 내려앉으면서 이를 찾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통상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금리가 딱히 높지 않아 비상금을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계륵‘ 된 마이너스통장…銀, 심사 깐깐

한도를 쓰지 않고 남겨두는 특성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마이너스 통장이 느는 게 달갑지 않다.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게 되면 언제든 그 한도의 금액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은 한도 전체를 대출자산으로 분류한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남은 한도를 별도로 운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는데 돈을 쓰지 않았다면 대출이자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기업고객이 사용하는 마이너스통장은 한도의 70% 이상을 쓰지 않으면 0.1~0.5%의 ‘한도 미사용 수수료’가 빠져나가지만 일반 개인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더욱이 마이너스 통장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충당금도 쌓아야 한다. 사용한 166조원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에 대한 충당금이 아닌 통장 계좌개설 전체 한도 규모인 326조원에 대한 충당금을 다 쌓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배로 는다.

이 때문에 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 잔액이 늘어날수록 수익에 오히려 부정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A은행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한도 잔액(개인 신용기준)이 20조9000억원인데 이중 실제 사용하는 금액은 8조5000억원(40.6%)에 그쳤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은행은 45% 안팎의 소진율을 기록하고 있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C은행도 총한도 잔액 40조원 중 소진율이 55%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달가울 수 없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영업에 대한 은행권의 태도도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 대부분 소득심사와 신용등급별 차등 이자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금액도 낮추고 있다. 아울러 다른 신용대출 상품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내부에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며 “이를 원하는 고객에게만 신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