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뉴스] 한중전 축구, 중국서 3만명 온다는데..

김형준 2016. 8. 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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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FC서울과 산둥 루넝(중국)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열린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반전 경기가 끝나자 1,000명 가량의 산둥 응원단이 자리한 남측 관중석에서 중국 관중들과 안전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한 각 구단들은 경기장 안전 등을 위해 원정 응원단이 활용할 응원 도구의 개수와 규모 등을 사전에 합의하는데, 응원단 중 일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비롯해 소음이 큰 도구 등 합의되지 않은 것들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응원도구를 회수하려는 안전요원과 내주려 하지 않는 관중들간의 실랑이가 10분 넘게 이어졌고, 안전요원이 추가로 배치되자 상황이 다소 격해졌습니다. 수십 명의 중국 관중들이 안전요원들을 에워싸며 소리를 질렀고, 통역 없이 한국어와 몸짓으로만 의사를 전달하던 안전요원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 받은 뒤 자리를 떴습니다. 소통이 안 되니 설득이나 제지도 힘들 뿐더러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산둥 루넝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중국 관중들이 안전요원을 에워싸고 있다.

대치 상황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 날의 일을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습니다. 오는 9월 1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같은 장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죠.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경기 티켓 중 1만5,000장을 중국 응원단에 사전 배정했습니다. 축구관계자들 사이에선 국내 거주 중국인과 여행사를 통해 오는 관중 등을 합하면 이날 경기에 약 3만 명의 중국인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많은 중국 축구팬들의 방문엔 일단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장 최근 열린 A매치인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2015년 10월)에 2만8,105명의 관중이 입장했는데, 중국전의 경우 예상되는 중국인 관중 수만으로도 당시의 전체 관중 수를 넘어서 올해 최대 규모의 입장 수입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장 내 편의점에선 벌써부터 중국 관중들을 위한 ‘중국어 메뉴판’까지 내거는 등 중국 축구팬 맞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관광 효과까지 더하면 A매치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 커집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산둥 루넝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때 경기장 내 편의점에서 내건 중국어 메뉴판.

문제는 안전입니다. 3만 이상의 중국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고 가정한다면 6만6,000여 석의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 절반이 중국 팬으로 뒤덮이는 셈인데, ACL 때의 난맥상이 또 생기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보통 경기 열흘 전에 여는 사전회의를 닷새나 앞당긴 지난 17일에 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전엔 이전 A매치 때보다 더 많은 경찰.경호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며 “중국어가 가능한 안내 요원들도 충분히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장내 아나운서도 기존 한국어와 영어 구사자 외에 중국어 아나운서까지 3명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는 차고 흘러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원정팀 응원단이 수만 명에 달하는 A매치 홈경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도 “한국에서 하는 경기임에도 많은 중국 팬들이 온다고 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낸 데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지난 2000년 중국 원정 경기 땐 한국인 관중 2명이 중국 관중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등 한중전에 얽힌 사건사고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관중 규모나 경기의 중요성에 따라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걸 종종 목격하기도 하죠. 양국 관중들이 흥분하는 일이 없이 무탈하게 즐기는 월드컵 최종예선전이 되길 바랍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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