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최귀화 "실제 서울역 노숙생활..막걸리에 경계풀어"[인터뷰]

김수정 2016. 8. 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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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최귀화는 '미생'의 짠내 나는 박대리 캐릭터로 단 한 회 출연만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연기 20년 만에 거둔 수확이다. 이후 최귀화는 칸영화제 초청작 '곡성', '부산행'과 '터널', '조작된 도시', '봉이 김선달', '그물', '더 킹', '원더풀 라이프', '택시 운전사' 등 야무진 필모그래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산행'으로는 생애 첫 천만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맥거핀으로 기능한 노숙자는 좀비와 인간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인물이다. 영화 외적으로는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부산행'의 연결지점이기도. 

최귀화는 여러모로 중요한 이 노숙자 캐릭터를 체화하기 위해 직접 서울역 노숙자 무리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노숙자의 고민, 한숨, 말투를 건져올려 연기에 녹여내렸다. 무명 연극배우 시절 팬티상인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남대문에서 여성용 팬티를 판매하기도 했다는 그는 자신이 분할 캐릭터의 심리를 아는 것이 연기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미생에서 출발해 칸의 남자를 거쳐 '부산행'으로 천만배우가 된 최귀화. 미생에서 완생이 돼가고 있는 그가 앞으로 펼칠 활약에 벌써 기대가 모아진다. 

■ 다음은 최귀화와 일문일답

-노숙자는 관객을 속이는 캐릭터다. 악역인지, 선역인지, 사람인지, 좀비인지 영화 중후반까지 관객을 헷갈리게 만든다. 연기할 땐 어떻게 중심을 잡고 했나

연상호 감독이 원한 것은 서울역에서 살던 노숙자가 좀비 재난에서 살아남아 KTX를 탔다는 설정, 딱 여기까지였다. 그러니까 이 노숙자는 좀비의 눈을 가리면 도움이 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첫 등장부터 연기를 조금 세게 하긴 했다. 좀비 공포에서 막 벗어났으니 부들 부들 공포에 질린 설정이었다. 감독님과 나만 알고 있던 상황이다 보니 다른 배우들은 의아해했지.

-노숙자 연기를 위해 실제 노숙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실제 영화 속 의상을 입고 서울역을 찾았다. 노숙하진 않고 온종일 노숙자들과 함께 지냈다. 지나다니며 보는 것과, 내가 그 속에 직접 들어가 생활하는 것은 느낌이 천지차이잖아. 진짜 노숙자처럼 행동하고 말투를 따라 했다. 

-노숙자들이 경계하진 않던가

경계하지. 자리 잡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엔 두려워서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1~2시간 정도는 다른 노숙자들에게 말 안 걸고 구걸만 했다. '나도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걸 인식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처음엔 경계하다가 내가 혼자 막걸리를 마시니까 슬슬 곁으로 오더라. 

-막걸리를 마시며 무슨 얘길 나눴나

고민을 털어놓더라고. 신분증을 빌려주면 5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해도 되냐고. 대포통장 만들려고 그러는 거니 절대 안 된다고 했지. 그분들은 세상과 많이 동떨어졌다. 서울역이란 세계에 꽉 갇혀 있는 거다. 

-노숙자 분장을 하는 순간 기분도 남달랐을 것 같다.

머리와 수염은 실제 내 것이었다.(웃음)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엄청나게 더웠다. 30회차 동안 분장만 1시간이 걸렸으니까. 영화 중반부에 옷을 벗어던지잖아. 그때 어찌나 시원하던지.

-'부산행'은 칼퇴 촬영장으로 유명했다.

맞다. 감독님이 원하는 콘티가 정확해서 추가 촬영이 전혀 필요 없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촬영이 끝난다. 한 오후 6시께 다들 모여서 다같이 밥 먹고 수다 떨고. 신기하게도 이번 현장엔 성격이 모난 사람이 없었다. 일단 감독님부터 둥글둥글하잖아. 배우들도 다들 유들유들했다.

-분위기는 주로 누가 띄웠나

주로 마동석 형님. 조용하게 다들 모이자고 분위기를 만든 건 공유 씨. 공유 씨가 술 정말 많이 샀지.

-출연하는 작품수가 많아지며 연기에 대한 고민도 덩달아 깊어질 것 같다.

맞다. 그동안은 평가받을 만한 유명인도 아니었잖아. 적당히 해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모습이었고, 평가 기준 자체가 없었달까. 하지만 지금은 평가 기준이 생기고, 보는 눈도 많아지니 두렵다. 연기가 일이 되며 조금씩 재미 없어지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그 중심은 내가 잘 잡아야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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